프랑스 동남부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 해변을 프랑스어로 코트 다 쥐르(c?te d’azur)라 한다. ‘쪽빛의 해안’이라는 뜻의 이 해변은 깐느, 앙티브, 방스, 모나코, 니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풍광이 연상되는 도시들이 줄지어있다.

수년 전 미술관 투어를 위해 들렀던 니스의 해변에서 쪽빛의 짙고 연한 다채로운 색상의 스펙트럼을 마주했던 감동은 지금도 선연하다.

어떤 테러가 끔찍하지 않겠는가마는 얼마 전 니스에서 자행된 테러를 다급하게 보도하는 뉴스는 차마 대할 수가 없었다. 니스는 야만적인 살상과 폭력, 불안함의 정서로 떠올려야 할 도시가 아니기에 더욱 안타까웠던 것 같다.

아름다운 도시 니스는 피카소를 비롯해 샤갈, 라울 뒤피, 마티스 등 많은 화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고, 이 도시에 매료돼 여생을 보낸 예술가도 많았다. 코트 다 쥐르 일대의 미술관으로 앙티브의 피카소미술관을 비롯하여 니스의 마티스미술관과 샤갈미술관은 특히 유명하다.

니스에서 37년간 살았던 앙리 마티스(1869∼1954)의 니스 사랑은 각별해서 그의 작품 가운데 다수는 지중해 특유의 감성으로 활기와 환희가 넘쳐흐른다.

마티스의 ‘니스의 실내’(1924년 작)는 빨강과 청색 줄무늬 식탁보 위에 파인애플, 오렌지와 레몬, 꽃무늬 도자기병과 꽃병 등의 정물을 나열하여 화사한 실내 분위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햇살이 비치는 바깥 풍경을 드러나지 않게 강조하려는지 창문의 커튼을 살짝 걷어 올려 우리들의 시선이 창문 너머로 향하게 하는 것 같다.

자신의 화실을 끊임없이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고 화가의 화실을 어떻게 장식해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던 마티스답게 이 작품에도 화가의 호흡이 스며있다.

화실에는 정작 사람도 없고 모델도 없지만 저 멀리 거울 속에 화가의 모습이 작게 비친다. 그림 안의 그림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화가는 캔버스 밖에서 이 모든 정경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