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될지니” 〈타고르 작 ‘동방의 등불’〉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인도의 타고르(1861∼1941)가 발표한 한 편의 시는 일제강점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우리에게 무한한 격려와 사랑, 용기를 주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우리들 마음속엔 ‘동방의 등불’을 다시 밝힐 날을 기대하는 염원이 자리 잡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에서 전시중인 국제교류전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범세계주의자의 예술과 사상’을 찾았다가 뜻밖에 ‘화가 타고르’를 만났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회화작업은 16점. 정규 미술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모든 현실과 정신과 물질이 하나’라는 관점을 설파하는 힌두교의 한 종파의 지도자였던 부친의 가르침대로 회화를 통해서도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자 했던 타고르는 자신이 지닌 시적 감각과 리듬, 운율을 시각적으로 경이롭게 변주했다.

작품 ‘붉은 스커트를 입고 춤추는 여인’은 다소 파격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격정적인 리듬감, 강렬한 대비를 강조한 청색과 빨강의 보색, 낙서하듯 거칠게 펜과 내수성 잉크로 칠한 바탕화면이 대범하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타고르는 이렇듯 붓 가는대로 그림을 그렸는가 하면 그림 안에서 깊은 사유와 자연에 대한 감성, 인간에 대한 존중을 넘치도록 표현하기도 했다.

60대 후반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타고르는 1930년에 파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미국, 호주,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풍경, 인물, 추상화 등 2500여점의 그림을 남겼으며 인도에서는 국보급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한다.

“풍부한 표현은 풍부한 삶이다”라고 했던 타고르는 자서전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누가 기억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그 사람이 그리고 있는 것이 곧 그림이다.”

〈광주비엔나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