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일주일 여 남았다.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고 6월을 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가슴 아픈 민족의 역사이고, 한국인들에게 통한의 기억을 남긴 사건이니 말이다. 한국전쟁은 동족상잔과 이산이라는 처절한 슬픔을 만들고 개개인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말았다.

그 비극은 때로 미술작품으로 기억된다. 우리의 근대미술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거나 증언하는 전쟁화가 극히 적다는 점이 이 시점에서 더욱 아쉬운 마음이다. 서구에서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이 새로운 미술운동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에 비해 한국전쟁은 우리 미술에 있어서 전환의 계기까지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비극적 전쟁 상황을 담아냈던 몇몇 작가들의 작품은 새롭다.

수화 김환기(1913∼1974)의 ‘피난 열차’(1951년 작)는 대상을 단순화하고 색채의 평면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한국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순수 조형성을 지향했던 작가이지만 전쟁의 참화는 그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소재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 같다.

고향을 뒤로 하고 떠나야했던 피난민들이 열차마다 무심하게 빽빽이 자리하고 있으며, 속절없이 푸르고 광활한 공간이 막막한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작가는 같은 시기에 피난민들의 임시거처였던 ‘천막’과 ‘판잣집’등을 그린 작품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담담하고 절제 있게 증언하고 있다.

‘김환기 작가론’의 저자 윤난지교수(이화여대)는 저서에서 “김환기의 1950년대 초 그림에서는 동시대의 주변 상황을 반영함으로써 양식 탐구와 메시지의 전달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좇고자 하는 화가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쟁 시기의 그림은 세상과 주변인들의 삶을 담고자 했던 화가의 일기화처럼 느껴진다. 〈광주비엔나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