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챙기는 부서가 있는데, 바로 여성긴급전화1366(이하 1366)이다. ‘어제 밤에는 별일 없이 무사히 보냈는지’,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상담을 하고 긴급피난처를 이용하였는지’를 챙길 때마다 마음 무겁다.

‘1366’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으로 긴급구조· 보호 또는 상담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언제든지 전화로 상담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해당 지역번호와 1366만 누르면 되는 특수전화다. 365일 24시간 운영돼 여성의 인권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1366은 종합병원의 응급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 위급환자가 응급처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일반병실로 옮기기 전에 사망할 수도 있다. 그만큼위기 현장에서 1366의 상담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장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피해자를 진정시키고 위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상담원들이다. 상담원들은 피해자의 호소를 듣고나서 이차적 외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자신의 일처럼 고통을 받는 것이다.

1366광주센터는 상무지구 일가정양립지원본부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9명의 상담원 중에 10년 이상 되는 위기개입전문가들이 6명이나 있어서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자부한다. ‘062-1366’에 전화를 하면 휴일이나 공휴일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366광주센터’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해 상담자원봉사자를 길러내고 있다. 그런데, 1366센터 근무자들은 힘겨운 근무여건을 감내하고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1366에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와 행패를 부려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상황이 누적, 반복되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상담원이 건강해야 피해자를 제대로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상담원 안전, 건강과 관련해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서 감정소모가 크고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를 위한 대책 또한 미흡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왜 가정폭력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왜, 매스컴에서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적극 신고하고 도와야 한다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가? 안전한 먹을거리보다, 황사를 막는 것보다 우리의 삶의 터전인 가정에서 폭력이 발생하고 가정이 붕괴되는 것은 그 어떤 발암물질보다도 위험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가정폭력을 해결하는 데 어려가지 대안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국민의 관심과 예방노력이다. 가정폭력과 관련해서 법과 제도적인 보완이 강화되더라도 사회적 경각심이 생기지 않으면 결코 폭력은 근절될 수 없다. 가정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과 더불어 폭력예방을 위한 전국민의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 일환으로 2014년부터 여성가족부는 매월 8일을 보라데이로 지정하고 전국적으로 가정폭력예방 릴레이 캠페인을 1366이 주축이 되어서 실시하고 있다.

1366광주센터의 2015년 상담 총건수는 1만1634건인데 그 중에서 가정폭력이 55%(6440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정폭력의 실태를 시민에게 알리고 사후 약방문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하여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매월 터미널, 양동시장, 남광주시장, 광주송정역 등에서 거리캠페인, 홍보, 이동상담서비스를 실시하고 잠재적인 피해자를 발굴하고 피해여성을 돕고 있다. 8일에는 1366광주센터의 주관으로 보라데이 행사를 금남로 만남의 광장에서 대대적으로 실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무렵 오늘 밤만은 손님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출근준비를 서두르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1366상담원들이다. 상담원들은 가정폭력으로 다시는 1366을 찾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피해자를 손님이라고 부른다. 또한 단골손님은 사절한다고 한다. 단골이 되면 아직도 가정폭력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단골손님은 사절하고 싶다고 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 진한 커피 한잔과 더불어 오늘도 1366의 등대지기들은 불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