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곤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5·18정신의 기억과 미래 교훈
2016년 06월 06일(월) 00:00 가가
5·18민주화운동 36주년을 보내면서 ‘기억’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역사에서 기억은 단지 과거에 대한 회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과거를 불러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일종의 창조적 행위에 가깝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보면,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의 시간 속으로 들어와 함께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러한 기억 작용을 통해 1980년 5·18의 의미들은 변화되면서 보다 진전된 인식으로 확장되었다.
1980년 5·18항쟁과 그 이후 다양한 주체들이 연대하며 지향해 온 정신을 ‘5·18정신’이라고 부른다. 5·18정신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전승되면서 ‘광주정신’으로 숙성되어 왔다. 민주주의, 인권, 평화, 공동체 등은 5·18정신과 광주정신을 지탱하는 중심 요체들이다. 이러한 보편가치는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학문적·사회적 실천을 통해 정립되었다.
최근의 일로 보자면, 1998년 ‘아시아인권헌장’의 광주 선포, 2011년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의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 2013년 광주에서 촉발된 ‘인권도시’ 담론의 영향으로 유엔인권이사회의 ‘지방정부와 인권’ 결의 채택 등을 꼽을 수 있다.
5·18정신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추동해 왔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1987년 6월항쟁, 1995년 광주특별법 제정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처벌, 1997년 12월 수평적 정권교체 등을 통해 5·18은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다. 국가권력의 폭력에 맞서 저항공동체를 형성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고자 했던 시민들의 자기희생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숭고한 정신이었다.
5·18정신을 통해서 또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국가의 진정한 역할이다.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일은 국가가 존재해야 할 제1의 이유이다.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현재의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함께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바로 5·18이 현재와 미래에 주는 교훈 때문이다.
그러나 5·18은 여전히 논쟁적 담론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뿐만 아니라,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지정과 제창 요구에 대한 국가의 거부 등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5·18정신은 순수하게 발견된 것이 아니라 지난한 5월운동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실천의 구성물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5·18정신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과정에는 상이한 기억과 정치적 입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주목할 것은 새로 형성된 현재의 ‘5·18의 의미화 투쟁’ 국면의 실천적 의미이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5·18의 제도화’가 완료되면서 역사창출의 추동력을 상실해버린 5·18을 부활시키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5·18정신의 계승의 관점에서 보면, ‘5·18의 부활’은 5·18이라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와 미래의 시간 속에서 하나의 교훈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5·18의 ‘승인’된 가치가 부정되는 상황 속에서 5·18의 부활은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되어질 필요가 있다. 5·18정신의 창조적 기억이라는 미래의 지향뿐만 아니라 5·18의 진상규명 등 일련의 과거사 정리에 대한 냉철한 성찰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곡’과 ‘기념곡’ 논쟁으로 5·18이 다시 전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정신’이라는 담론은 자칫 5·18정신을 광주라는 지역으로 제약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광주정신은 5·18정신의 유지, 확대, 강화의 과정에서 형성된 시대적 숙성물이다. 여기에는 보편가치로서 이미 세계인에게 교훈이 되고 있는 5·18정신을 ‘광주’가 보다 책임 있는 연대의 관점에서 계승하고 실천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확장하지 않으면 수축되고 만다는 사실을 너무나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정신은 5·18정신을 보다 개방적이고, 보다 다양하게, 그리고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실천해 나감으로써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항상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함께 있어야 한다.
최근의 일로 보자면, 1998년 ‘아시아인권헌장’의 광주 선포, 2011년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의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 2013년 광주에서 촉발된 ‘인권도시’ 담론의 영향으로 유엔인권이사회의 ‘지방정부와 인권’ 결의 채택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5·18은 여전히 논쟁적 담론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뿐만 아니라,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지정과 제창 요구에 대한 국가의 거부 등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5·18정신은 순수하게 발견된 것이 아니라 지난한 5월운동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실천의 구성물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5·18정신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과정에는 상이한 기억과 정치적 입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주목할 것은 새로 형성된 현재의 ‘5·18의 의미화 투쟁’ 국면의 실천적 의미이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5·18의 제도화’가 완료되면서 역사창출의 추동력을 상실해버린 5·18을 부활시키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5·18정신의 계승의 관점에서 보면, ‘5·18의 부활’은 5·18이라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와 미래의 시간 속에서 하나의 교훈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5·18의 ‘승인’된 가치가 부정되는 상황 속에서 5·18의 부활은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되어질 필요가 있다. 5·18정신의 창조적 기억이라는 미래의 지향뿐만 아니라 5·18의 진상규명 등 일련의 과거사 정리에 대한 냉철한 성찰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곡’과 ‘기념곡’ 논쟁으로 5·18이 다시 전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정신’이라는 담론은 자칫 5·18정신을 광주라는 지역으로 제약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광주정신은 5·18정신의 유지, 확대, 강화의 과정에서 형성된 시대적 숙성물이다. 여기에는 보편가치로서 이미 세계인에게 교훈이 되고 있는 5·18정신을 ‘광주’가 보다 책임 있는 연대의 관점에서 계승하고 실천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확장하지 않으면 수축되고 만다는 사실을 너무나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정신은 5·18정신을 보다 개방적이고, 보다 다양하게, 그리고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실천해 나감으로써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항상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함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