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이 많다.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해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공무원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어도 금품과 직무행위 간 대가성과 관련성이 입증되어야만 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 공무원뿐만 아니라 기자 등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임직원 등으로 대상자가 확대된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어도 본인이나 배우자가 일정 액수를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형벌 또는 과태료 등 벌칙을 부과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은 물론 정부부처 간, 관련 업계 등 여러 곳에서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기다리고 있으며 ‘국민권익위원회’ 주최 공청회도 있었다.

각계 의견을 종합해 보면 ‘농수축산업 등 일부 업종은 큰 타격이 우려되니 보완이 필요하다’ 는 의견과 ‘부패척결을 위해 원안대로 시행하자’는 의견, 그리고 ‘일단 시행하고 문제점이 발생하면 그때 보완하자’라는 의견이 있다. 주요 쟁점은 시행령(안)의 식사,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이 적정한가 여부다. 3만원이 넘는 식사제공이나 5만원이 넘는 선물, 그리고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부분이다.

농업계는 이 법이 시행되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시행령(안)에서 농축산물은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농협이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주요 농축산물 40%가 명절에 집중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과일은 50%, 인삼은 70%, 한우는 98% 이상이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로 판매되는 것이다. 수산물도 지난해 국내 총 소비액 중 21%가 명절에 팔렸고 특히 굴비는 95%나 차지하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김영란법 준수를 위해 식당이나 선물의 경우 저렴한 수입 농수축산물이 우리 농수축산물을 대체할 것으로 우려되고, 명절에 소비되지 못한 농수축산물이 평상시 시장에 공급되면 가격하락으로 농업인들의 피해가 클 것이다. 그동안 농업계는 WTO나 FTA확대에 따른 값싼 수입농산물에 대응하기 위해 고품질의 농수축산물 생산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무용지물이 될 위기다. 팔릴지 의문인데 생산의욕이 생기겠는가? 영농을 포기할 수도 있다. 즉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이 법은 시행 전에 보완되어야 한다. 명절에 친·인척 등 가까운 분들께 선물을 하는 아름다운 우리의 미풍양속도 고려하고 농수축산물의 특수성도 반영하는 수정·보완된 법률(안)을 바라는 이유다.

비단, 농업계뿐 아니라 사료, 유통, 택배, 관광 그리고 음식업계 등 연관 산업도 매출감소와 내수위축 우려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의 5%인 4조15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도 안 좋아 대통령이 해외까지 나가서 세일즈 외교를 하는 경제위기 시대다. 지난 5월24일 공청회에서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발언한 대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면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간절히 기대한다.

특히, 농업인들은 WTO나 FTA의 확대로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 농촌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 든지 오래다.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해 걱정인데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부문의 가치는 무려 27조에 달한다고 한다. 이같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 농업·농촌에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주길 강력히 희망한다. 농업인들은 정부가 한국농업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또 지켜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