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과 도시성장은 고용창출, 교육기회, 사회발전 등 많은 기회를 우리에게 가져다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환경오염과 위생문제를 낳았다. 이 같은 도시 역기능은 주거위생문제, 생활폐기물, 오수처리, 공해, 수질오염, 지표오염, 각종 안전사고 등으로 매우 다양한데 주민 생활에서 광범위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들어, 시민건강을 위해(危害)하는 요인들을 도시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강도시(Healthy City)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건강도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증진의 개념과 전략으로 제시한 여러 방법 중 하나이다. 1986년 캐나다 ‘오타와 헌장’에 따르면 건강은 우리가 먹고, 일하고, 놀고, 자고, 즐기는 일상생활터전인 도시에서 끊임없이 형성되므로 도시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도 개인소득 증가와 함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와 장소의 건강성’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도시환경은 시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다양하므로, 시민들이 매일 살아가는 도시환경을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건강성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역사적으로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풍수지리인 배산임수(背山臨水)나 옛 농경사회로 돌아가자는 유럽의 슬로우 시티(slow city)와 같은 방법들을 현대도시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란 사실상 한계가 많다. 이 때문에 최근 논의되고 있는 건강도시는 현대도시에 맞게 체계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도시를 보다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고, 일하고, 교육받고, 여가활동을 하는 생활공간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시환경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건강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기존 도시계획이나 환경관련 정책에 건강을 접목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안전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사회적 안전망이 많이 부족한 우리사회에서 보편적 안전디자인은 모든 시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디자인 개념이다.

모든 사람들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Design for All) 제품을 설계하자는 개념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대학의 로널드 메이스(Ronald L. Mace)교수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연령별, 성별, 장애유무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모든 생애주기를 수용할 수 있는 안전성을 원칙으로 한다.

최근 이 같은 디자인은 일상생활용품에서 벗어나 주택시설과 공공시설, 그리고 각종 생활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처럼 보편적 안전디자인은 우리사회가 향후 맞이하게 될 고령사회와 웰빙 사회의 사회적 수요까지 대비할 수 있어 더욱 중요하다.

건강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건의료 정책과 도시계획 수립간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치료적 보건의료 접근체계도 중요하지만, 도시환경을 개선해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나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 불평등을 예방적 차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정부부처 간 소통이 어려운 칸막이식 제도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활한 업무협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활기차고 건강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상호 협력하여 생활환경과 사회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도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이 함께 향상될 것이다. 도시 문제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