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1969∼ )은 에세이집 ‘불안’에서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불안의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꼽았고,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가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 제시한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으니 가끔씩 엄습해오는 나의 불안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헤아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화장실 살인’ ‘묻지마 살인’ ‘여성 혐오’ 등으로 뒤숭숭해진 사회 분위기 속 불안의 해법은 무엇이어야 할까 생각해 본다. 무엇이 답일 수 있을까? 분노와 폭력의 언어가 난무하고 갈수록 강퍅해지는 현실이 참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에르바르트 뭉크(1863∼1944)의 ‘비명’(1895년 작)은 고뇌로 가득한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가 투영된 상징적인 그림으로 유명하다. 공포 영화에서부터 만화, 대중문화의 여러 영역에서도 방대하게 활용되고 있는 이 판화작품은 모든 선들이 소리지르고 있는 얼굴을 향해 흐르고 있어서 화면 전체가 비명 소리의 고통과 공포에 가담하고 있는 것 같다. 동그랗게 크게 뜬 눈, 움푹 패인 뺨, 자기 비명 소리에 놀라 귀를 막는 모습….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불확실한 절규가 우리 귓전에 휘몰아치고 있어 더욱 불안한 느낌이 고조되는 것 같다.

노르웨이 출신 뭉크의 ‘비명’은 뭉크라는 이름보다 오히려 친숙하다. 직접적이고 극적이며 강렬한 이미지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뭉크의 ‘표현주의’는 ‘비명’이란 제목의 회화, 판화 작품들로 각인되어 있지만 실제로 뭉크는 고뇌의 외침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에로티시즘, 멜랑콜리, 사랑, 슬픔에 대한 감정을 회화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데도 뛰어났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