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는 강진은 편안할 강(康), 나루 진(津)을 쓴다. ‘편안한 나루터’라는 지명처럼 탐진강을 젖줄로 풍요로운 농토에 인심도 후덕해 큰 사건이나 사고 없이 4만명 인구가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평온한 농촌 고을이다.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던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남도답사 1번지로 손꼽았을 만큼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위업과 영랑 김윤식 선생의 서정시혼, 그리고 고려청자, 병영성 등 문화유산과 역사의 자취가 지역 곳곳에 있는 고장이라고 자부한다.

최근 지상파 방송 3사를 비롯한 각종 중앙과 지역 언론매체에서 뜻밖에도 강진을 대서특필한 적이 있었다.

언뜻 TV자막에서 ‘강진으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는 것을 보면서 요즘 세대 언어로 ‘심쿵’한 적이 있다.

자세히 보니 강한 지진을 의미하는 ‘강진’(强震)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였다. 이를 내 고장 강진(康津)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지진피해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온 뒤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릇 나 혼자만의 오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체 인구에 비해 노인인구가 비율이 높은 시골마을에서는 심심치 않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지진 발생 때마다 사용되는 ‘강진’(强震)이란 표현을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결코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내 고향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역민이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뉴스를 보는 많은 출향인과 외지인들도 지진피해 소식을 듣고 우리 고향 강진을 생각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진군과 마찬가지로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진도’, 최근 개봉한 영화 ‘곡성’ 등 전혀 상관이 없는 진도군과 곡성군에서도 언뜻 지자체에 심어질 수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한다.

이런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강진군의회 전 의원은 지난 20일 제236회 임시회 회기 중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강진’(强震)이란 표현을 ‘강한 지진’으로 순화해 사용해 달라는 뜻을 담았다. 이를 언론매체들이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강한 외침이었다.

오는 2017년은 지난 1417년부터 우리 고장을 강진이라는 지명으로 사용한 지 꼭 60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 군은 내년을 ‘강진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많은 국내외 관광객의 강진방문을 희망한다.

그에 대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량 놀토 수산시장과 가고싶은 섬 가우도, 음악공간 오감통, 감성여행 푸소체험, 그리고 세계모란 공원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를 방문객과 공감하고 보여주기 위해 군민과 공직자 모두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혹여 강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진 않을지 심히 염려스럽다.

모든 언론매체에서 이제부터라도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리의 고향 강진의 군민을 헤아려 ‘강진’(强震)이라고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줬으면 한다. 대신 ‘강한 지진’ 또는 ‘지진’이라고 순화해 표현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또한 2017년이 ‘강진 방문의 해’인 만큼 감성을 몸소 체험하고 힘들고 지친 삶에 편안한 쉼을 느낄 수 있는 남도의 끝자락 강진에 전 국민이 방문해주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