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꽃이 활짝 피었다. 온 산에 아카시 꽃 향기가 많은 사람을 설레게도 하면서 친구들과 어릴 적 아카시 잎을 따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면서 손가락으로 잎을 하나씩 튕겨내는 놀이를 하던 기억까지 새록새록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매년 아카시 꽃이 활짝 피는 이맘때쯤이면 2월 1일부터 시작되었던 ‘봄철 산불조심 기간’이 종료된다. 아카시 꽃이 피는 이 시기는 산에 나뭇잎도 모두 피고 풀도 모두 올라와 산불위험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산불방지 업무로 지친 산림공무원들에게는 언제나 기다려지는 꽃이다.

아카시 나무는 콩과식물로 토양을 비옥하게 해 척박한 산에서도 잘 자라며 양질의 꿀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밀원(蜜源)식물이다. 또 나무가 큰 교목으로 자라서는 그 많던 가시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면서 다른 나무에 피해를 주지도 않고 건축재, 악기재와 같이 쓸모있는 목재로 성장한다. 다만, 아카시를 제거하면 할수록 가시가 많이 생기면서 더 많은 맹아(萌芽)가 발생해 ‘아카시 나무가 많은 곳은 산이 망가진다’는 선입견으로 나무가 쓸모도 없을뿐더러 산을 망가뜨리는 수종이라는 잘못된 인식들이 있다. 다행히 이런 인식들이 많이 바뀌고 있고 최근에는 아카시 나무를 많이 심고 있어 경제적인 가치가 증진되고 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매년 선거가 있는 짝수해는 대규모 산불이 발생(1996년 5368ha·2000년 2만5953ha·2002년 4467ha)해 엄청난 피해가 있어 많은 긴장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국적으로 307건에 209ha로 2015년(623건·418ha)에 비해 반절 수준으로 산불이 많이 줄고 산불조심 기간이 종료됐다. 국립 자연휴양림에서도 이용객들에게 야외 취사나 바비큐를 금지하고 산불방지에 대한 적극적인 계도와 홍보를 하였는데 불편함에도 많이 참아주고 협조해 주신 많은 국민들에게도 감사 드린다.

최근 캐나다 산불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이 캐나다 앨버타주로 몇 년 전 산불진화 선진기술을 배우러 갔던 곳이라 이런 대규모 산불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려 서울시 면적 3배 정도 크기의 산불 피해가 이미 발생했고 이재민만 10만여 명에 달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8조원에 달해 국가재난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특별히 많은 비가 내리기전까지는 산불을 진압할 뾰족한 방법도 없다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에도 이런 대규모 산불은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가옥이나 목재피해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산림생태계 파괴, 이산화탄소를 저장해야 할 산림에서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 피해는 그야말로 상상초월이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국토의 여건과 산림의 여건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산불 발생이 논·밭두렁 소각, 산림 내 취사행위 등 대부분 인위적인 것에 비해 캐나다는 낙뢰와 같이 자연적인 현상에 따라 대부분 산불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산불이 나면 30분 이내 일선 산림부서뿐만 아니라 산림청까지 산불상황이 전파되고 산불진화 헬기와 산불전문 진화대, 공무원, 주민 등 모든 행정력이 동원돼 초동진화가 이뤄진다. 그러나 캐나다는 넓은 국토와 산림면적에다가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가 대부분이어서 진화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산불도 자연현상중의 하나라는 인식으로 적극적인 산불진화는 안 하고 집주변으로 옮기지 않도록 하는 등 소극적인 산불진화와 비가 오거나 해서 자연적으로 진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산불진화 방식이 우리나라와 다른데 만약 캐나다에서도 산불 발생 즉시 모든 진화장비와 진화인력을 총동원해 초동진화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과 같이 적극적인 초동진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탐스럽게 핀 아카시 꽃을 보면서 산불방지 업무가 무난하게 마무리되어 간다는 안도감과 함께 적극적으로 산불로부터 산림을 보호하고 산을 가꾸고 울창하게 하면서 산림휴양, 산림복지까지 우리 산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다행이다. 우리나라에 아카시 꽃이 핀 것 같이 캐나다에도 하루빨리 아카시 꽃이 피기(산불 진화와 산불위험이 없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