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결과 빛고을 광주는 국민의 당(녹색) 일색이 되었다. 창당 두 달 만에 기적을 이룬 것이다. 광주발 녹색 물결은 전국에 미쳐 그 파장은 정당 득표율(26.7%)에서 더불어민주당(25.5%)을 앞서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제한된 지역에만 후보를 내세우고도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 다음으로 많은 지지표를 얻었다. 이른바 교차투표(cross voting)라는 새로운 선거문화가 만든 새바람이었다. 이 같은 선거문화는 결과적으로 자유, 민주, 정의를 갈망하는 빛고을 사람들의 바람을 대변하여 일어선 국민의 당에 대한 전국민의 간절한 소망이 동기감응(同氣感應)함으로써 ‘민심은 곧 천심’임을 확인해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천심(天心)은 늘 잠재적이고 말세론적이어서 직관력이 부족하고 현상유지적인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질 않는다. 대중영합적이고 개인의 영달만을 좇는 사람들의 귀에는 더더욱 하늘의 소리(天聲·곧 민중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뽑힌 빛고을 8선량(選良·국회의원)들은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의지로 환골탈태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광주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를 감히 제언한다. 그래야만 4·13 총선에서 보여준 전국민의 지지에 대한 진심어린 보답이 될 것이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길이라면 내 한 몸 털 한 올 남기지 않고 다 뽑겠다’는 각오로 새정치, 새질서를 향한 새물결(new wave)의 전위(vanguard)가 되려한다면 그 일은 당연지사에 속할 것이라 본다.

그 선언문의 첫째는 불체포 특권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어야만 한다. 그동안 갑질만 골라 했던 국회가 진정 어린 민의의 전당이 되려면 가장 먼저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더 이상 갑질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 갑질은 정의에 반하는 부정한 행동이요 도덕적인 타락행위이다. 둘째는 세비를 반으로 줄여 혈세를 아끼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국회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에게는 그런 원칙을 지키라고 한다. 그러고도 국민의 대변자라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셋째는 세계적, 보편적 원리인 ‘과반 다수결 원칙’을 훼손한 ‘국회선진화법’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이 법이 있는 한 어떤 여당도 180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가 없다. 19대 국회가 식물국회가 된 것도 바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었다. 끝으로 안보 없이 국가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우리는 북핵이라는 공포의 무기를 머리에 인 채 살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친북과 종북 세력에 대해 누구하나 결연하게 나서는 당이 없다. 이러고도 선량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국민의 당은 자문자답하기 바란다.

4·13 총선의 교훈은 불통과 오만의 결과를 잔인하리만큼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본다. 한사코 백성을 가르치려드는 통치, 거대 몸짓에 머리가 부족한 여당,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발목만 잡는 생각이 정지된 야당에 대한 ‘불칼’이었다.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눕는 것도 풀이지만, 바람이 자고 나면 가장 빨리 일어서는 것도 풀이다. 권력 앞에 백성은 나약한 풀과 같지만 일어설 때는 가장 먼저 성난 모습으로 일어선다는 불변의 진리를 이번 4·13 총선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국민의 당은 이 같은 명약관화한 사실을 귀감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국민의 당’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그 길만이 민주, 자유, 정의를 갈구하는 빛고을 사람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길이요 나아가 전국민의 희망에 불씨를 지피는 일이 될 것이다. 국민의 당은 특정인에 이끌려가는 반짝 정당이 되지 말기를, 잘 보이지도 않고 명쾌하게 들리지도 않은 민심을 두 눈 부릅뜨고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며, 귀에 공이가 박히도록 박문강기(博聞强記)하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 질풍노도(Strum und Drang)가 바다 속을 휘저어 풍어(豊漁)를 불러오듯이, 빛고을 ‘8선량 선언문’은 광주발 질풍노도가 되어 이 나라 정치문화의 선진화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광주발 화사한 봄빛이 크고 넓고 하나 되는 대한(大韓)의 빛이 되어 이 나라 중흥의 불쏘시개가 되어주길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