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의 경영 적자에 따른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 노동조합이 조선업종 노조연대(조선노조연대)의 공동 파업에 참여하기로 해 회사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업계 최고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조가 3년 연속 적자인 회사 상황은 무시하고, 이번에는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까지 요구하고 있어서다.

반면 노조측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최근 홍보지를 통해 “9일 오후 조선노조 연대의 공동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교섭타결을 위한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조선노조연대는 지난 2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용자들(사측)은 올해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불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임하고 있고, 한목소리로 기본급 동결을 외치고 있다”며 “경영실패 책임을 노동자 몫으로 돌리는 자본에 맞서 조선소 노동자들이 한날한시에 일손을 놓기로 결의했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 노조의 조선노조연대 공동파업 참가에 대해 사내 대다수 조합원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부에선 노조 집행부가 임금교섭의 조속한 타결을 통한 회사 정상화보다는 ‘파업을 위한 파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회사측도 지난 7월 초 첫 상견례를 포함해 불과 9번의 교섭에 나섰을 뿐인데 제시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동종사에서는 20차례 이상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사측 관계자는 “9차 교섭 동안 회사의 경영 현황 설명과 노조 요구안에 대해 상호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세부적인 이견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말 그대로 교섭 초기 단계인데 제시안이 없다는 이유로 연대 파업에 나서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2∼3개 업체의 노조만 참여하는 파업에 대해 연대라는 이름으로 동참하는 것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조선노연 연대파업에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 두 곳 뿐이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교섭 타결을 위해 파업 참여 결정을 보류한 상황이며 현대미포조선과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과 중소형 조선사 노조들은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 노조 대부분은 어려운 회사사정 등을 감안해 파업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 9900원(8.27%) 인상과 성과금 지급 기준 변경,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모든 요구를 수용할 경우 총 지급액만 2228억원에 이른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1인당 평균 연봉은 2014년 기준 7800만 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기업 상위 10%인 6700만원을 훨씬 뛰어 넘는 금액이다.

고임금을 받고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협력사와 지역민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여파 등으로 지역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전남 서남권 최대 기업인 현대삼호중공업 노조의 파업으로 지역경제 자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서다.

현대삼호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2013년 이래 3년째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파업이 회사의 생존에 도움이 될지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파업은 결국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해치기만 할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암=문병선기자 mo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