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장흥에서 최초로 도입된 ‘민사 배심 조정 절차’가 7년간 지역 내 굵직한 분쟁들을 해결해내면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지금까지 12건의 분쟁 가운데 11건에서 원고와 피고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배심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다툼’이 아닌 ‘화해’로 분쟁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민사부(부장판사 문방진)는 2일 “지난 1일 오후 장흥군 관산읍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12회 민사 배심 조정 절차에서도 당사자 간 합의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장흥군 회진면에 있는 A영어조합법인은 지난해 2월께 B사 창고에 매생이 713상자(상자당 50팩)를 보관했으나 매생이가 부패하자 B사를 상대로 1억3500여만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배심 조정 절차에서 A 법인은 B사에 매생이를 적정 온도에서 보관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해 매생이가 부패했다고 주장하며 보관료를 제외한 8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사는 부패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데다가 계약서에 보관, 관리 책임도 A법인에 있지만 보관료를 포기하고 2000만원을 지급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장흥군 관산·대덕읍 등 인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1시간 동안 회의를 거쳐 4000만원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즉 B사가 A법인에 4000만원을 주고 보관료 채권을 포기하되, 창고에 보관 중인 매생이의 처분권을 B사가 갖도록 한 것이다. 이 권고안을 A법인과 B사가 모두 받아들이면서 분쟁은 끝이 났다.

문방진 장흥지원장은 “농촌지역에서의 법적 분쟁은 그 후유증이 크고 오래가기 때문에 배심원으로 참여한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조정을 하려고 힘쓴다”며 “일반적으로 조정의 성사 가능성은 절반 이하인데 장흥은 90%가 넘는 것도 이 같은 원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사배심 조정제도는 지역 주민을 일일 조정위원으로 위촉해 재판장과 당사자로부터 사안 설명을 듣게 한 뒤 조정안을 제시,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장흥=김용기기자·중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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