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은 사람과 얼굴도 마주하지 말라고 했던가? 차이나 타운에는 삼국지가 있다. 삼국지의 명장면이 새겨진 벽화길이 자유공원으로 발길을 이끈다.
하나하나 책을 읽듯 벽화를 따라올라 가다 보면 오른편에 바다를 보고 우뚝 선 공자 동상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자가 서있는 조계지 경계단을 두고 인천의 근 현·대사가 충돌하고 있다. 경계단 좌측으로는 청국, 우측으로는 일본의 조계지로 나뉘어져 상이한 건축 양식이 마주하고 서있다.
공자 동상 왼편으로는 도심을 벗어난 공원길이 펼쳐진다.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이다. 총총걸음으로 울창한 숲을 따라 올라가면 인천 앞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는 딱 트인 광장이 나타난다. 바삐 오가는 화물선 건너엔 월미도가 빠끔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공원 정상에는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선 동상이 하나 보인다. 맥아던 장군이다. 한미수호 통상조약 체결을 기념하기 위해 100주년이 되던 1982년 세운 한미수교백주년 기념탑도 있다. 그러고 보니 숨가쁘게 돌아가던 시대 변화의 관문에 서있던 인천이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속에 맞물려 있다. 반 세기 전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물고 물려있던 한국, 중국 그리고 미국 세 나라가 인천의 바다를 품고 공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