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의 마을 다카치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는 일본열도를 만든 남신 이자나기노 미코토의 눈에서 태어난 태양의 여신이다.
태양의 여신에게는 거칠고 사나운 남동생 스사노오 노미코토가 있었다. 남동생과 난폭한 신들의 횡포가 계속되자 여신은 아마노이와토라는 어두운 동굴에 숨어버렸다. 태양의 여신이 몸을 숨기면서 빛이 사라졌고, 세상은 어둠에 잠기게 된다.
이때 천상계의 신들이 태양신을 불러 내기 위해 동굴 앞에서 춤을 추었고, 바깥 신들의 춤이 궁금했던 아마테라스가 문밖으로 나오면서 세상에 다시 빛이 찾아왔다.
다카치호에는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오카미를 기리는 아마노이와토 신사가 있다.
1천800년 전에 지어진 아마노이와토 신사는 풍년과 소망을 기원하는 곳으로 오솔길을 따라 계곡으로 향하다 보면 아마테라스 여신이 사나운 남동생을 피해 몸을 숨겼다는 전설의 동굴이 나온다.
동굴 앞 빽빽하게 하늘을 가리고 선 높은 나무들 틈새로 퍼져나오는 햇빛이 신비함을 더해주는 이 곳에는 사람들의 소망이 만든 작은 기적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입구에서부터 바위 안 깊숙한 곳까지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원을 담아 크고 작은 돌탑을 빼곡하게 세워 두었다.
갯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돌탑들은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 무릉도원 다카치호 협곡
아주 오래 전 천신의 손자가 지상에 내려오려는데 산에 낀 짙은 안개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이를 안 마을 주민들은 벼이삭 1천다발을 묶어 하늘에 제를 지냈고, 이들의 정성으로 짙은 안개가 걷히면서 천신의 손자가 비로소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높은 곳에 있는 천 개의 곡식’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다카치호의 협곡은 일본 절경 중 절경으로 꼽힌다.
아마노이와토 신사에서 차로 10여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다카치호 협곡은 화산 폭발로 인한 용암침식으로 생성된 V자 협곡이다. 높이가 100m에 이르고, 낭떠러지는 7㎞가량 길게 뻗어져 있다.
신성하게 느껴질 만큼 푸른 고카세 강이 주상절리와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절벽 사이로 유유히 흐르며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작은 보트를 타고 신선인 듯 여유를 느껴볼 수도 있다.
노를 저어 협곡을 따라 올라 가다 보면 80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마나이 폭포’의 물줄기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다카치호 협곡 최고의 광경을 만들어낸다.
작은 나무 보트 아래에는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고, 오리 떼들이 총총 뒤따르며 사람들 주변을 빙빙 맴돈다.
고개를 들어보면 그 옛날 천신의 손자를 맞이 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묶은 벼이삭 모양 같은 주상절리가 협곡을 지키고 서 있다.
물길을 따라 계절을 잊은 다카치호 협곡의 신비로움을 만끽 한 뒤, 협곡을 따라 펼쳐진 산책길을 걸으며 계절을 느낄 수 있다.
봄에는 진달래와 벚나무가 절벽에 흐드러지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눈으로 뒤 덮힌 협곡도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중 하나다. 산책길에서도 신화를 만날 수 있다. 산책길 중간에는 200톤 가량의 커다란 바위가 금줄을 두른채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악행을 일삼던 난폭한 신이 던졌다는 ‘기하치의 돌’이다.
/미야자키=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