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반도에 봄이 다시 샘솟는다.
1년 4개월여 전이다. 파란 물결이 생동하던 충남 태안이 원유유출사고로 하루 아침에 ‘죽음의 바다’가 됐다. 자연이 숨 쉬던 갯벌은 까만 원유로 뒤덮였고, 바다를 또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 오던 이들의 손에는 겨울 추위보다 더 차가운 까만 원유 찌꺼기가 잔뜩 들러붙었다.
하지만 자연은 겨우내 눈물과 땀방울을 쏟아낸 사람들을 포기 하지 않았다. 120만 자원 봉사자들의 물결이 태안을 휩쓸면서 악몽 같던 유출사고가 일어난 이곳은 청정해역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미래를 만들어낸 태안에 새로운 희망의 꽃이 활짝 피어난다.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20일까지 27일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꽃지해수욕장 일원 45만2100㎡ 부지에서 ‘꽃, 바다 그리고 꿈’을 주제로 한 ‘안면도국제꽃박람회’가 열린다.
‘안면도국제꽃박람회’는 지난 2002년 이후 다시 열리는 정부와 국제기구 공인 꽃박람회로 하얀 백사장을 품고 있는 꽃지 해변과 우뚝솟은 송림(松林), 그 사이에 1억 송이 꽃들이 화려한 봄을 수 놓게 된다.
이번 박람회에는 네덜란드·독일·프랑스·미국·일본 등 22개국 121개 화훼 업체와 각국 정부 및 자치단체 등이 참가해 다시 태어난 태안의 봄을 맞이한다.
◇ 꽃으로 풍요로워지는 세상=7개의 전시관과 15개의 테마정원으로 구성된 이번 꽃박람회에는 초화류 94만본과 구근류 37만본 등 총 131만본의 꽃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형형색색으로 피어난 꽃들은 고운 자태에 태안의 아픔과 교훈도 함께 담는다. 꽃박람회의 주제관인 플라워 심포니관은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정성이 꽃으로 피어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꽃과 바다가 어우러진 안면도의 아름다움도 함께 담는다.
이외에도 기름유출 사고로 멍든 서해안의 빠른 회복을 바라는 소망의 정원이 꾸며지고 태양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일출정원, 허브원을 비롯해 바다정원, 동화이야기 속으로, 튤립원, 꽃과 나비정원, 파도정원, 바닷길 정원, 조롱박터널 등이 각 테마별로 마련된다.
향긋한 꽃 내음을 담은 ‘꽃 음식 전시관’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 예정이다.
우주의 기운을 담은 꽃도 자리를 잡았다. 이번 박람회에는 무궁화, 코스모스, 민들레 등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관되어 있다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지구로 귀환할 때 가져온 종자에서 핀 ‘우주꽃’도 전시된다.
◇ 발길을 잡는 풍성한 볼거리=주 전시장내 전시관과 15개 야외 테마정원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대략 3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반기는 것은 길이 12m의 조형물 ‘백만송이 꽃 터널’과 높이 4.5m의 ‘기적의 손’이다.
‘기적의 손’은 절망의 바다가 희망의 바다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며 직경 3m의 흰 모랫바닥 위에 높이 4.5m의 대형 꽃꽂이 조형물을 표현한 작품이다. ‘숭례문’ 토피어리도 조직위가 심혈을 기울여 설치했다.
각국의 민속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내셔널데이를 비롯해 시군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을 기념 한 330여개의 각종 이벤트도 박람회의 흥을 더한다.
꽃으로 물든 태안의 해안선을 따라 경이로운 자연도 만나 볼 수 있다. 해안국립공원 해안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으며, 봄 바람을 따라 29개소의 해수욕장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다.
숨 쉬는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갯벌 체험과 염전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꽃지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선 할미 할아비바위 너머로 퍼지는 낙조도 놓칠 수 없다. 일편단심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을 담고 있는 할미 할아비바위 위로 넘어가는 마지막 햇살은 꽃으로 물든 하루를 다시 금빛 물결로 물들이게 된다.
‘2009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 관람료(성인)는 현장 구매의 경우 개인 1만5000원, 단체 1만3000원이다. 기름피해 자원봉사자 및 성금 기탁자의 경우 7000원, 예매하면 최대 5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문의 041-670-6225.)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