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의 소도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6월 30일(일) 22:30
3세기에 편찬된 중국의 사서인 삼국지(三國志) 동이전(東夷傳)에는 마한(馬韓) 풍속을 전하는 기록이 있다. “귀신을 믿기 때문에 국읍(國邑)에 각각 한 사람씩을 세워서 천신(天神)의 제사를 주관하게 하는데, 이를 천군(天君)이라 부른다. 또 여러 나라에는 각각 별읍(別邑)이 있으니 그것을 소도(蘇塗)라 한다. (그곳에)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 그 지역으로 도망온 사람은 누구든 돌려보내지 아니하므로 도적질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경기·충청·광주·전남지역에 존재했던 마한 54국의 소도에 관한 설명이다. 학계에서는 소도를 신전 기능을 했거나 제의를 치렀던 공간으로 해석한다. 마을 입구에 세워놓은 솟대의 기원을 소도에 세웠던 큰 나무에서 찾기도 한다.

최근 해남군 북일면 거칠마 토성에서 삼국지 기록을 떠올리게 하는 제의 공간이 확인됐다. 토성 정상부 제단에서는 지름 110㎝, 깊이 90㎝에 달하는 대형 기둥 구멍이 드러났고, 철제 방울이 출토됐다. 조사단은 유적의 중심 연대가 5∼6세기인 점을 고려해 소도의 발전된 형태로 보고 있다. 해남이 한반도와 중국, 일본의 고대 세력이 오가던 서남해 해양항로의 거점이어서 해양 의례를 지냈던 공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주시 자미산성 북쪽 하늘봉에서도 최근 제단과 건물지 한 동, 토기류가 발굴됐다. 제단은 돌로 둘러싼 토단형태로, 제의와 관련된 나무 기둥 흔적도 발견됐다. 토단 주변에서는 삼국시대 옹관편과 통일신라시대 토기편, 고려시대 청동방울 등이 출토됐다. 유물로 미뤄 마한 시기부터 고려시대까지 제사를 지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칠마 토성의 제의 공간은 국가유산청의 ‘역사문화권 중요 유적 발굴조사’ 사업비를 받아 진행된 학술 발굴조사 성과다. 나주 자미산 유적도 전남도 마한유적 학술조사 지원사업으로 발굴이 추진됐다. 전남 자치단체는 2020년 제정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앞다퉈 유적 발굴, 보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에도 동구 운림동 석실고분군, 성촌토성지 등 발굴·보존해야할 유적이 적지 않다. 지자체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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