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책 읽는 가족’ 꿈과 사랑 함께 자랐다
2025년 01월 07일(화) 07:30
[굿모닝 예향] 작가 한강이 바라는 ‘책 읽는 광주’
교내 ‘다독왕’ 독차지 김리우·리건 남매의 독서 사랑
‘빛고을 독서마라톤’ 완주…도서관이 곧 놀이터 “독서가 가장 재밌어요”
사춘기 세 자매와 함께하는 류현주씨 가족 독서모임
솔자매집 가족에게 독서는 단순한 책읽기 아닌 가족 단합하는 시간

다양한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워나가는 김리우(오른쪽)·리건 남매.

◇교내 ‘다독왕’ 독차지 김리우·리건 남매의 독서 사랑= 방송작가가 꿈인 고등학생 김리우(전남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 1) 양, 고고학자와 역사학자가 되고 싶은 예비 중학생 김리건(연제초 6) 남매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광’이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노는 것보다 도서관을 찾는 게 더 즐겁고 TV 대신 책을 읽는 게 재미있는 일상이라고 이야기한다.

“태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던 것 같아요. 태교할 때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아빠가 자주 읽어주기도 하고 제 목소리로도 읽어줬어요. 태어난 후에는 동요나 시에 가락을 넣은 노래를 많이 들려줬고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는 도서관을 다니며 함께 책을 읽고 빌려오는 걸 생활화했지요. 둘째는 누나를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이용했고 지금은 누나보다 더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되었답니다.”

남매의 어머니 주영이 씨(49)는 꾸준한 독서 활동이 아이들이 꿈을 찾아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육아 선배인 친언니의 조언을 받아 도서관과 과학관, 박물관을 놀이터처럼 느낄 수 있게 자주 찾아다녔고 편독(偏讀)이 아닌 다양한 주제의 책읽기를 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학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며 ‘빛고을 독서마라톤’ 활동에 참여하며 재미를 붙였다. ‘빛고을 독서마라톤’은 광주교육정보원에서 주최 주관하는 행사로 매년 광주시교육청 관내 초·중·고등학생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쪽을 2m로 환산해 구간별로 완주증을 수여한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김리건 군은 어릴적부터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이용했다.
리우·리건 남매는 학교에서 학년말에 시상하는 ‘다독아’ 수상자 명단에도 단골처럼 이름을 올렸다. 남매가 다녔던 연제초등학교에서는 책을 많이 읽는 학생들에게 ‘다독아’ 상장을 시상했는데 다독아가 되기 위해서는 ‘빛고을 독서마라톤’ 완주와 교내 도서관 도서 대출 50권 이상, 독서 활동지 등 몇 가지 기준을 완수해야 받을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졸업때까지 빠짐없이 받은 ‘다독아’ 상장은 그 어느 상장보다 소중하고 값진 상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리우·리건 남매가 읽은 책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거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항상 책이 가득 꽂혀 있는데 이곳의 책 교환만 3차례 이상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는 도서관 책을 주로 이용했다. 지난 1년동안에도 집에서 가까운 북구 양산도서관에서 610권의 도서를 대출했고 장성군립도서관에서는 300권을 대출받아 읽었다.

리우양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예전만큼 도서관을 자주 찾는 게 힘들어졌지만 진로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구입하거나 대여해 읽으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험기간이 끝난 후에는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리우양이 최근 읽었던 책은 김영하의 SF소설 ‘작별인사’다.

리우 양은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라는 한 문장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인간과 기계 사이의 여러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주인공 철이가 죽기 직전에 감정 없이 사는 삶은 인간으로서든 기계로서든 의미있는 삶이 아니라고 깨달음을 얻는 대목이 인상깊었다”고 설명했다.

역사책을 즐겨 읽으면서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리건군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과학책에 빠져들더니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까지 더해졌다. 아이들의 꿈을 적극 응원해주고 싶다는 어머니 주영이씨는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주저함이 없고 문장력이나 이해력이 뛰어난 거 같다”며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40%가 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일찌감치 꿈을 찾아 정진해가려는 아이들이 기특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솔자매집 가족 독서모임’ 첫 날 가족 구성원들이 읽고 소개한 다양한 책들.
◇사춘기 세 자매와 함께하는 류현주씨 가족 독서모임= 다수의 독서 모임에서 독서리더로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는 류현주 씨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었다. “우리 가족만의 독서 모임을 만드는 것”이 류씨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시도해보지 못하다가 더 늦기 전 실행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4년 전 가족 독서모임을 탄생시켰다.

모임 명칭은 ‘솔자매집 가족 독서모임’. 세 아이의 이름에 모두 ‘솔’자가 들어가 지은 명칭이다. 모임의 시작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장 큰 산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을 수개월에 걸쳐 겨우 설득했더니 이번에는 예기치 못한 사춘기 아이들의 반대가 변수였다. 온갖 방법으로 설득하고 회유하고 유혹에 유혹을 거듭한 끝에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솔자매집 가족 독서모임’은 지난 2021년 1월 2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모임의 시간과 장소는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솔자매집 식탁이었다. 큰아이가 예비 고2, 둘째는 중2, 막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때였으니 시간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은 환경임에는 틀림없었다.

독서모임이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딱딱하게 진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 주 동안 읽은 책을 소개하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가족간에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서로에게 바라는 바가 있거나 제안 사항이 있을 경우 가족회의 안건으로 잡아 모임 시간에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했을 뿐 가족과의 대화와 소통의 시간이었다. 류씨가 가족 독서모임을 만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사랑과 행복을 느끼면서 자라야 하고,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잘 자랄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정을 살리는 매개체로서 가족 독서모임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토대로 독서모임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모임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규칙은 정해두었다. 독서모임 동안 휴대폰 사용 금지, 경청하기, 한 개 이상 질문하기, 다툼 있어도 무조건 참석 등이다. 모임의 규칙을 정할 때도 물론 모두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했다.

책 선정은 가족 구성원들의 독서력이 달라 ‘각자의 책을 읽고 다른 구성원에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평소 책을 멀리하고 살았던 남편은 관심 분야인 경제 관련 매거진을 읽고 아이들에게 경제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소파와 스마트폰과 리모컨과 한 몸이 되는 아빠’라는 이미지로 각인됐던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단숨에 바뀌었다.

류현주 씨 가족이 매주 토요일 저녁 함께하는 독서모임 시간.
“가족 독서모임 시간에 아빠가 풀어주는 경제 이야기가 제일 좋다”며 아빠를 칭찬하게 됐고 아빠는 매시간 더욱 열심히 준비하는 선순환의 연속이었다. 류씨가 바라던 대로 가정 안에서 아빠의 자리가 단단해지고 가족 간의 유대감이 더욱 좋아지는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게 되고 발표 후 질문의 수준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상대방이 귀 기울여 들어주고 질문까지 진행하니 활발한 독서모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류씨는 독서모임을 하고 난 후에는 개인 블로그와 SNS를 통해 기록으로 남겼다. 차곡차곡 기록함으로써 우리 가족의 소중한 역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가족 독서모임의 노하우를 담은 전자책 ‘반드시 성공하는 가족 독서모임’(글담다)을 펴내기도 했다. 솔자매집 가족 독서모임의 진행 노하우와 원칙, 책 추천 리스트 등을 담아 가족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싶은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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