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도시로 뜬 광주…책 읽는 도시로 꽃 피우자
2025년 01월 07일(화) 07:00 가가
[굿모닝 예향] 작가 한강이 바라는 ‘책 읽는 광주’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낭독회 등 기념행사
한강 “화려한 축하 보다 책읽는 광주되길”
작가·출판사·도서관·지역서점·독자 연결
독서 생태계 조성…인문도시 위원회 발족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낭독회 등 기념행사
한강 “화려한 축하 보다 책읽는 광주되길”
작가·출판사·도서관·지역서점·독자 연결
독서 생태계 조성…인문도시 위원회 발족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1년에 최소한 문학작품을 학교에서 서너 권은 읽고 그걸 토론하고 다각도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문학작품 읽는 근육을 기를 수 있게, 문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아시아여성 최초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람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열린 지난해 12월 10일 광주 무등 도서관과 동구 인문학당, 광주시청 등지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낭독행사와 시민 축하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광주시는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책 읽는 도시’ 만들기에 박차를 가한다. 책과 친해지는 문화를 만들고, 작가-출판사-도서관-지역서점-독자를 연결하는 독서 생태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동호’는 독자들 마음속에 살아있어”=“이번 비상 계엄령 사태가 왔을 때 주변 많은 분들이 그때와 똑같은 트라우마 상태에 놓인 것을 곳곳에서 목격했습니다. 이 (도청 분수대) 물줄기 하나도 우리에게는 아픔이고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되는 것을 타 지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눈 실핏줄이 터져서 나오신 분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신 분들, 아예 잠을 못 이루시는 분들… 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더라고요. 이 트라우마를 2024년 전 국민이 경험하게 됐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이 트라우마를 새 시대 새역사를 만드는 동력으로 가져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난해 12월 10일 광주 동구 ‘인문학당’.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소년이 온다 시민낭독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소설 ‘소년이 온다’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은 후 5·18 경험과 비상 계엄령과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앞서 오후 2시에는 북구 시립 무등 도서관에서 한강 작가 작품 낭독 행사인 ‘문학을 읽다: 새 시대의 길을 읽다’가 열렸다. 도서관 1층 복도에는 시민 518명이 참여해 한강작가의 대표작품을 필사한 전시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같은 날 밤 8시부터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는 ‘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광주에서 온 편지’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신형철 서울대 교수(문학평론가)의 ‘사적 애도와 공적 애도-소년이 온다와 애도문학의 역할’을 주제로 한 문학 강연에 이어 1부 문학인의 밤(시낭송과 시극 ‘소년이 온다’), 2부 솔뮤직컴퍼니 축하공연, 극단 신명 모노 드라마, 3부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생방송 시청,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축하메시지 등 순으로 5시간 동안 진행됐다.
행사 참여자들은 솔뮤직컴퍼니가 부르는 GOD의 ‘촛불 하나’에 맞춰 무대 앞에서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한강 작가에게 보내는 손 편지를 썼다. 광주시는 초등학교 2학년생부터 60·70대 어르신에 이르는 100여 명의 손 편지를 모아 작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11일 새벽 0시 45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장면이 무대 스크린에 생방송되자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강’을 연호하며 갈채를 보냈다.
이날 축하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맨 마지막 순서인 AI(인공지능)로 되살린 소설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축하메시지였다. 44년의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소설의 실제 인물인 문재학(당시 16살·광주상고 1학년) 열사의 생전 모습과 함께 흘러나오는 육성은 행사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동호’ 축하 메시지는 김형중 ‘인문도시광주위원회’ 위원장(조선대 국문과 교수)이 작성했다.)
“…저는 이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것이 제 혼(魂)입니다. 그래서 소년 동호는 저 책을 펼칠 때마다, 거기가 어디든 어느 시간이든 꼭 옵니다.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저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오월 광주의 기억과 함께 소년 동호는 꼭 돌아옵니다.”
◇광주시, ‘책 읽는 인문도시’ 조성에 나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후 “큰 기념관이나 화려한 축하잔치를 원하지 않으며,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사는 광주를 만들어 달라”고 밝힌바 있다. 12월 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수상자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한국 문학계에서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이라는 질문에 교육현장에서의 문학교육을 강조했다.
“문학을 잘 교육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어릴 때부터 1년에 최소한 문학작품을 학교에서 서너 권은 읽고 그걸 토론하고 다각도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문학작품 읽는 근육을 기를 수 있게, 문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중략) 특히 입시 때문에 멈추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통과하며 그런 교육을 한다면 독법(讀法)도 풍요로워질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주1회 이상 독서를 하는 비율은 17.2%에 불과하다. 앞으로 광주시는 ▲책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 브랜딩 ‘노벨상의 도시’ ▲어디서나 책을 읽고 향유하는 ‘책과 함께 하는 시민’ ▲독서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독자·작가·출판사·서점 경쟁력을 목표로 ‘책 읽는 광주’ 조성에 발 벗고 나선다. ‘광주시민 매년 1인1책 읽기 문화’ 확산과 지역서점 활성화, 자치구별 대표도서관 건립 등을 통해 작가-출판사-도서관-지역서점-독자를 연결하는 책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책 읽는 도시’ 조성에 필요한 여러 제언을 하는 ‘인문도시 광주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와 함께 광주시는 ‘제4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2024~2028년)을 세우고 4대 전략과 21개 추진과제를 시행중이다. 2023년 기준 광주에는 공공도서관 30곳, 작은 도서관 362곳, 학교도서관 309곳, 대학도서관 18곳, 장애인도서관 1곳 등 총 731곳이 운영되고 있다. 새해 3월 광산구에 하남도서관이, 12월 옛 상무소각장에 광주 대표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 ‘한강 신드롬’과 동네 책방 활성화=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인근에서 독립서점 ‘책과 생활’을 운영하는 신헌창 대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광주를 방문한 여행자들 중 상당수가 광주에서 한강 작가 책 사는 것을 유행처럼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지난해에 모두 28차례 북 토크 등 책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향심 작가(이토록 다정한 공부)와 한정윤 번역가(다이다이 서점에서), 김준 작가(광주: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이승우 작가(고요한 읽기), 최유안 작가(카프카의 프라하) 등과 지역독자들을 잇는 자리를 마련했다.
“광주에 거주하면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구독자들한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지역에 계신 독자 분들도 동네서점에서 어떤 저자 북 토크를 좀 했으면 하는 수요가 있어요. 그런 것들을 고려해 (북 토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동네서점은 독서문화의 어떤 다양성을 확보하는 보루(堡壘) 같은 곳이고 실핏줄입니다. 독서생태계에서도 동네서점과 작은 도서관의 공존은 시도해 본적이 없는데 아직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신 대표는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해 시립도서관 뿐만 아니라 ACC, 구립, 교육청 도서관들도 지역에 있는 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구매하는 ‘도서 인증제’를 확대하고, 광주 동네 책방에서 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지역화폐’와 같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네책방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외국여행을 가도 동네책방에서 책을 삽니다. 책과 함께 소중한 기억을 갖게 되는데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기쁨이자 행복입니다.”
‘책과 생활’에서 만난 김현 씨는 “광주에 있는 동네 책방이 널리 알려지고, 북 토크를 많이 할 수 있게 지원해 줬으면 한다”면서 “책방이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길에 50년 된 작은 책방을 찾아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4시간 가량 떨어진 작은 항구도시 모로 베이에 있는 ‘Coalesce Books Store’였다. 1973년에 문을 열어 2023년에 50주년 기념행사를 한 동네책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애독자뿐만 아니라 지자체, 출판계, 서점가에 화두(話頭)를 던졌다. 모처럼 독서문화가 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시민들이 책과 더불어 생활하는 ‘책읽는 인문도시’ 광주. 가까운 미래에 한 시민을, 한 도시를 변화시키는 책의 마법을 기대한다.
/글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연합뉴스.
![]() ![]() |
한강 작가가 노벨박물관에 기증한 녹차잔. |
행사 참여자들은 솔뮤직컴퍼니가 부르는 GOD의 ‘촛불 하나’에 맞춰 무대 앞에서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한강 작가에게 보내는 손 편지를 썼다. 광주시는 초등학교 2학년생부터 60·70대 어르신에 이르는 100여 명의 손 편지를 모아 작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11일 새벽 0시 45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장면이 무대 스크린에 생방송되자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강’을 연호하며 갈채를 보냈다.
이날 축하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맨 마지막 순서인 AI(인공지능)로 되살린 소설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축하메시지였다. 44년의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소설의 실제 인물인 문재학(당시 16살·광주상고 1학년) 열사의 생전 모습과 함께 흘러나오는 육성은 행사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동호’ 축하 메시지는 김형중 ‘인문도시광주위원회’ 위원장(조선대 국문과 교수)이 작성했다.)
“…저는 이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것이 제 혼(魂)입니다. 그래서 소년 동호는 저 책을 펼칠 때마다, 거기가 어디든 어느 시간이든 꼭 옵니다.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저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오월 광주의 기억과 함께 소년 동호는 꼭 돌아옵니다.”
![]() ![]() |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열린 ‘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행사’에서 선보인 소설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축하메시지. |
“문학을 잘 교육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어릴 때부터 1년에 최소한 문학작품을 학교에서 서너 권은 읽고 그걸 토론하고 다각도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문학작품 읽는 근육을 기를 수 있게, 문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중략) 특히 입시 때문에 멈추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통과하며 그런 교육을 한다면 독법(讀法)도 풍요로워질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주1회 이상 독서를 하는 비율은 17.2%에 불과하다. 앞으로 광주시는 ▲책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 브랜딩 ‘노벨상의 도시’ ▲어디서나 책을 읽고 향유하는 ‘책과 함께 하는 시민’ ▲독서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독자·작가·출판사·서점 경쟁력을 목표로 ‘책 읽는 광주’ 조성에 발 벗고 나선다. ‘광주시민 매년 1인1책 읽기 문화’ 확산과 지역서점 활성화, 자치구별 대표도서관 건립 등을 통해 작가-출판사-도서관-지역서점-독자를 연결하는 책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책 읽는 도시’ 조성에 필요한 여러 제언을 하는 ‘인문도시 광주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와 함께 광주시는 ‘제4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2024~2028년)을 세우고 4대 전략과 21개 추진과제를 시행중이다. 2023년 기준 광주에는 공공도서관 30곳, 작은 도서관 362곳, 학교도서관 309곳, 대학도서관 18곳, 장애인도서관 1곳 등 총 731곳이 운영되고 있다. 새해 3월 광산구에 하남도서관이, 12월 옛 상무소각장에 광주 대표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 ![]() |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 245’ 1층에 마련된 ‘카페, 소년이 온다’에서 한강 작품을 읽고 있는 시민들. |
“광주에 거주하면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구독자들한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지역에 계신 독자 분들도 동네서점에서 어떤 저자 북 토크를 좀 했으면 하는 수요가 있어요. 그런 것들을 고려해 (북 토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동네서점은 독서문화의 어떤 다양성을 확보하는 보루(堡壘) 같은 곳이고 실핏줄입니다. 독서생태계에서도 동네서점과 작은 도서관의 공존은 시도해 본적이 없는데 아직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신 대표는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해 시립도서관 뿐만 아니라 ACC, 구립, 교육청 도서관들도 지역에 있는 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구매하는 ‘도서 인증제’를 확대하고, 광주 동네 책방에서 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지역화폐’와 같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네책방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외국여행을 가도 동네책방에서 책을 삽니다. 책과 함께 소중한 기억을 갖게 되는데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기쁨이자 행복입니다.”
‘책과 생활’에서 만난 김현 씨는 “광주에 있는 동네 책방이 널리 알려지고, 북 토크를 많이 할 수 있게 지원해 줬으면 한다”면서 “책방이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행길에 50년 된 작은 책방을 찾아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4시간 가량 떨어진 작은 항구도시 모로 베이에 있는 ‘Coalesce Books Store’였다. 1973년에 문을 열어 2023년에 50주년 기념행사를 한 동네책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애독자뿐만 아니라 지자체, 출판계, 서점가에 화두(話頭)를 던졌다. 모처럼 독서문화가 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시민들이 책과 더불어 생활하는 ‘책읽는 인문도시’ 광주. 가까운 미래에 한 시민을, 한 도시를 변화시키는 책의 마법을 기대한다.
/글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