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침탈·테러 … ‘법치주의’ 중대 도전
2025년 01월 19일(일) 20:00 가가
尹 지지자들 서울서부지법 습격 ‘법의 공간’을 무법천지로 만들어
경찰, 현장서 45명 체포…대통령·의원 사법불신 조장 폭력 부추겨
경찰, 현장서 45명 체포…대통령·의원 사법불신 조장 폭력 부추겨
2025년 1월 19일 새벽, 대한민국의 법치체계가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서울서부지법에서 법의 가치는 뜯기고, 깨지고, 던져지고, 짓밟혔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법원 난입은 폭력으로 이어졌고, 신성한 ‘법의 공간’을 무법천지로 만들어버렸다. 탄핵과 긴급체포 과정을 통해 법 절차에 따르지 않았던 대통령과 사법 불신을 조장한 정치권이 불러온 초유의 ‘법적 재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이는 그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와 법원의 체포영장마저 ‘불법’으로 치부하면서 경호처와 격렬 극우 지지자들 뒤에 숨어 그동안 ‘불법 영장’, ‘불법 체포’라고 선동해온 검사 출신의 윤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무시한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마저 법원의 정당한 법 집행을 ‘불법’으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해온 점도 이번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여야 정치권이 자신들 진영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검찰과 법원, 판사 등 사법부를 공격한 점도 지금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벼랑끝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폭력사태로 번진 법의 불신=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지지자들은 법원을 습격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서부지법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19일 새벽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일부는 법원 담을 넘어 침입했고,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오전 3시 21분께 법원 내부로 진입했다. 경찰 방패나 경광봉으로 경찰관을 폭행하기도 하고, 담배 재떨이, 쓰레기 등을 집어 던졌고 곳곳에서 소화기도 난사됐다.
이들은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다행히 차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 경내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난입 11분 만인 3시 32분께 경찰이 법원 내부로 대규모 투입돼 지지자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신체 보호복(진압복)을 입고 경찰봉을 갖춘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총 1400여명을 동원했고, 오전 6시께에는 법원 안팎의 시위대를 대부분 진압했다. 머리와 얼굴에 부상을 입은 동료를 부축하고, 다급하게 응급 지원을 요청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이날 오전 SNS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됐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로 소방당국에 40여건의 부상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마포소방서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날 오전 2시 50분부터 오전 10시 30분 현재까지 서부지법 인근에서 41명이 부상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 중 1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는 이송을 거부하거나 현장을 이탈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송자 가운데 중상자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 45명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돼 일선 경찰서로 연행됐다. 전날 법원 담장을 넘는 등의 혐의로 체포된 40명을 더하면 이틀간 연행자가 85명에 달한다.
◇극단 대립에서 법의 가치 도전으로=이날 법원 난입은 단순한 집회 과정의 폭력 양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흔히 집회 도중 대치하던 경찰과 마찰을 빚어 다수가 체포되는 경우는 한국 정치사에서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 흥분한 지지자들은 법원 담을 넘고 유리창을 깨고 판사 사무실에 침입하는 등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 극우성향 유튜버들은 폭동에 가까운 폭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이를 ‘정당한 행위’, ‘불법에 대한 저항’ 등으로 표현하면서 폭력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시간 ‘일방적 논리와 주장’에만 노출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특정 논리에 확신하게 되면서 행동이 더욱 과격해졌다는 것이다
일부 유튜버는 이날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변호인단을 통해 집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한 윤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 1월 6일 미국에서 발생한 의사당 폭동 사태와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에 불복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시위대를 오히려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도 ‘사법 불신사태’를 부추기고 있다.
여권은 계엄과 탄핵 과정에 ‘정권 수호’에만 집중했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의 잘못된 부분만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독재의 산물인 ‘백골단’이라는 과격 폭력 수단을 국회기자회견장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신을 겨냥한 각종 사법리스크 속에서 ‘검사 탄핵’ 카드를 남발하면서 법의 신뢰와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이날 폭력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이들은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다행히 차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 경내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난입 11분 만인 3시 32분께 경찰이 법원 내부로 대규모 투입돼 지지자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신체 보호복(진압복)을 입고 경찰봉을 갖춘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총 1400여명을 동원했고, 오전 6시께에는 법원 안팎의 시위대를 대부분 진압했다. 머리와 얼굴에 부상을 입은 동료를 부축하고, 다급하게 응급 지원을 요청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이날 오전 SNS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됐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로 소방당국에 40여건의 부상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마포소방서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날 오전 2시 50분부터 오전 10시 30분 현재까지 서부지법 인근에서 41명이 부상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 중 1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는 이송을 거부하거나 현장을 이탈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송자 가운데 중상자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 45명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돼 일선 경찰서로 연행됐다. 전날 법원 담장을 넘는 등의 혐의로 체포된 40명을 더하면 이틀간 연행자가 85명에 달한다.
◇극단 대립에서 법의 가치 도전으로=이날 법원 난입은 단순한 집회 과정의 폭력 양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흔히 집회 도중 대치하던 경찰과 마찰을 빚어 다수가 체포되는 경우는 한국 정치사에서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 흥분한 지지자들은 법원 담을 넘고 유리창을 깨고 판사 사무실에 침입하는 등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 극우성향 유튜버들은 폭동에 가까운 폭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이를 ‘정당한 행위’, ‘불법에 대한 저항’ 등으로 표현하면서 폭력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시간 ‘일방적 논리와 주장’에만 노출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특정 논리에 확신하게 되면서 행동이 더욱 과격해졌다는 것이다
일부 유튜버는 이날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변호인단을 통해 집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한 윤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 1월 6일 미국에서 발생한 의사당 폭동 사태와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에 불복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시위대를 오히려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도 ‘사법 불신사태’를 부추기고 있다.
여권은 계엄과 탄핵 과정에 ‘정권 수호’에만 집중했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의 잘못된 부분만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독재의 산물인 ‘백골단’이라는 과격 폭력 수단을 국회기자회견장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신을 겨냥한 각종 사법리스크 속에서 ‘검사 탄핵’ 카드를 남발하면서 법의 신뢰와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이날 폭력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