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복숭아 닮은 과일 자두
2025년 06월 15일(일) 18:10
품종별로 출하 시기 달라…교배종 속속 나와 인기

/클립아트코리아

‘여름과일’을 들라면 흔히들 수박과 참외를 떠올리지, 자두를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생산량만 놓고 보면 자두는 주요 작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자두 생산량은 5만 257t인데, 이는 전체 과실 생산량(210만 9490t)의 2.3%를 차지한다. 하지만 자두는 맛과 영양, 오랜 재배역사를 따졌을 때 다른 것과 비교해 무엇 하나 뒤처지지 않는 ‘핵심과일’이다.

자두라는 이름은 ‘자주색 열매가 복숭아를 닮았다’라는 뜻의 ‘자도(紫桃)’에서 유래했다. 그만큼 복숭아와 살구 등과 많은 점에서 유사한데, 보통 부드러운 과육(果肉) 속에 단단한 핵으로 싸인 씨가 들어 있는 열매인 핵과류에 속한 까닭이다. 앵두, 체리 등도 이에 속하는데 나무의 모양도 비슷하고 핵과류의 결과습성에 따라 2년생 가지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에 나무 종류를 헷갈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라 시대부터 재배됐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기에 ‘오얏(李)’을 비롯해 다양하게 불려왔다. 강원과 충북에선 ‘고야’, 함경도에선 ‘놀’, 평안도와 황해도에선 ‘왜지’, 경남에선 ‘풍개’ 등 방언만 30개가 넘는다. 그만큼 우리에겐 친숙한 과일이다.

자두는 세계적으로 30여 종이 있지만 널리 재배되는 것은 2종이다. 황색이나 진홍색을 띠는 동양계(Prunus salicina)와 자색이나 흑색을 띠는 유럽계(Prunus domestica)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과육을 활용하는 푸룬(prune)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계와 달리, 주로 생과용인 동양계를 재배한다.

특히 자두는 품종별로 출하 시기가 다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6월에서 9월까지 종류별로 맛을 달리해 익어가는 것이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대표 품종은 조생종 ‘대석’과 중생종 ‘포모사(후무사)’, 만생종 ‘추희’ 등으로 출하 시기를 달리한다.

6월 하순이 제철인 대석은 짙은 빨간색에 과육이 부드럽고 새콤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7월 중순에 나오는 포모사는 대석보다 30~50%가량 크다. 속은 옅은 노란색으로 과즙이 풍부하다. 9월 상순에 출하되는 추희는 복숭아 정도의 크기로 단단하면서 당도가 높다. ‘수박자두’라고 불리는 ‘솔담’도 있다. 겉은 푸르지만 속은 수박처럼 빨개서 붙여진 이름이다. 솔담과 함께 8월 초에 출하되는 ‘피자두’는 겉과 속이 모두 빨간색이다.

근래엔 서로의 장점을 살린 교잡종 과일이 인기인데, 자두와 살구 교잡종 ‘플럼코트(Plumcot)’의 신품종이 속속 육성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플럼코트는 6월 하순과 7월 초순에 출하된다. 플럼코트 외에도 ‘플루오트(Pluot)’, ‘애프리움(Aprium)’, ‘체리플럼(CherryPlum)’ 등이 혈연관계가 먼 종간의 교잡에 의해 육종된 ‘하이브리드 과일’이다.

플럼코트는 모계인 자두와 부계인 살구를 교잡해 생긴 종으로 자두의 상큼한 맛과 살구의 달콤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과일이다. 플럼코트에 다시 자두를 교배시킨 플루오트, 플럼코트에 살구를 교배시켜 달콤함을 더욱 부각한 애프리움 등이 속속 개발됐다. 이들은 자두와 살구의 종간교잡종으로 경상도 지역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체리플럼은 자두와 체리의 교잡종으로, 자두보다 크기가 작으면서 체리보다 당도가 높은 과일이다. 체리플럼을 한입 베어 물면 체리와 자두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오묘한 맛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두와 천도복숭아의 교잡종인 ‘넥타플럼(Nectaplum)’, 자두와 매실의 교잡종인 ‘이매(李梅)’ 등 핵과류 종간교잡종 과일들이 개발 완료돼 시장에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 시기에 가장 맛있는 과일을 꼽는 ‘제철과일’이라는 개념이 깨진 지 이미 오래다. 끊임없이 색다른 것, 새로운 맛을 원하는 이기적인 소비자들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고객들을 위해 맛을 개선하고 생산량을 늘릴 수 밖에….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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