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ast Tigers) 야구단’은 전국 최초의 발달장애인 야구단이다. 14세부터 24세까지 광주에 거주하는 발달 장애인 청소년과 성인 25명으로 구성된 야구단은 토요일이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한다. 1년에 3~4차례는 지역 유소년야구단과 교류전도 갖는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형, 동생과 함께 경기를 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이 운영하는 E.T야구단은 WBC붐이 한창이던 지난 2016년 결성됐다. 복지관에 다니던 아이들 역시 야구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여건이 힘들기는 했지만 후원기업의 도움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발달 장애는 지능이나 언어, 사회성, 운동 등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장애다.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기에 그만큼 야구를 하는 게 어려웠지만 8년이라는 세월은 아이들을 성장시켰다. 처음에 배트 잡는 것도 서툴렀던 아이들은 이제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드르며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반복 훈련을 거듭한 결과다.

하지만 2021년 후원기업의 지원이 끊기면서 야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생겼다. 간식을 줄이고, 작아진 유니폼을 계속해서 입으며 긴축재정에 돌입했지만, 복지관 예산만으로는 운영하기가 빠듯해 자칫 야구단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겼다.

야구를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가장 가까운 데서 지켜본 학부모, 임방현 감독 등 코치진, 복지관 직원 등이 후원을 찾기 위해 발벗고 나섰고, 광주시 동구청의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탁금제도가 큰힘이 됐다.

서지원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단 창단멤버로 참여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서 군은 처음에 아빠와 축구를 시작했고, 이후 야구단에 가입해 활동하게 됐다.

“학교 생활이 어려웠던 지원이가 야구를 하면서 공동체 생활의 룰을 알아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는 정말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제법 실력이 늘어 2루수와 유격수로 뛰고 있어요. 매일 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벅찹니다. 매주 야구단에서 단원들을 만나며 인간 관계를 배우고, 사회 생활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매주 연습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아버지 서석인씨는 “야구단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학부모들도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 애쓰고 있다”며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야구단을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연말까지 진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에는 29일 현재 129명이 1910만원을 후원했다. 또 가수 홍진영, 전율 등 연예인들도 자신의 SNS에 응원글을 올렸다. 기부금은 야구장비 및 유니폼 구매, 야구장 대여, 야구대회 참가 지원, 실내 야구 활동 공간 조성 등에 사용된다.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 진철호 담당자는 “처음에 공을 잘 맞추지도 못했던 아이들이 이제 제법 야구선수 느낌이 난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형, 동생처럼 마음을 열고 지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는 위기브 사이트를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금액에 따라 다양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