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년 동안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던 크라쿠프는 1978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다. 방문객들은 중세의 흔적을 간직한 중앙시장 광장, 바벨성 등을 둘러보며 고도(古都)의 매력에 빠져든다.

역사의 현장을 찾는 이들도 있다.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실제 인물인 독일 기업인 오스카 쉰들러가 1200여명의 유대인을 직원으로 채용해 목숨을 구해준 쉰들러 공장이다. 그리고 또 한곳, 제2차세계대전의 참혹함을 상징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발길을 옮긴다.

크라쿠프 버스터널에서 1시간 30분을 달려 아우슈비츠(폴란드어 오시비엥침)에 도착했다. 폴란드 육군 병영기지를 개조한 아유슈비츠 수용소(1940년 6월~1945년 1월)는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 영토에 세워진 최초의 나치 집단 수용소이자 최대 규모의 시설이었고 1942년부터는 유대인 집단 학살 시설로 변모했다,

아우슈비츠가 존재하던 기간 독일군은 유대인 110만명을 포함, 최소 130만명을 강제 이송했고 이중 90만명은 유대인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스실에서 학살됐다.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사용했던 생활용품들.

1947년 설립된 희생자박물관과 추모공간은 제1아우슈비츠와 제2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로 이뤄져있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강제수용소의 상징같은 구호가 적힌 문을 지나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수용소 오케스트라의 사진이 눈에 밟힌다.

27개의 블록으로 나눠진 각각의 공간에 마련된 전시실에서는 집단 학살의 과정과 역사, 생활상 등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곳은 5블록의 ‘범죄의 증거들’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안경, 낡은 신발, 강제이송된 유대인들이 지녔던 여행가방 등은 떠난 이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들이 챙겨온 냄비와 그릇 등 생활용품들은 자신들이 이곳에서 어떤 일을 당할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실을 보여주는 듯해 안타깝다.

어린아이들의 옷과 신발, 그리고 아이들의 사진은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수용소 거주인 중 아동·청소년은 23만명에 달했고 이중 700여명만 생존했다.

11블록에서 만나는 안마당은 일명 ‘죽음의 벽’으로 총살 집행이 이루어진 장소다. 이곳에서는 SS친위대가 정치범을 비롯해 5000명 이상의 사람을 총살했다. 또 취사장 앞의 집단 교수대, 가스실과 화장장 등도 보존돼 있다.

전시공간 중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가스실에서 학살당한 13만명의 여성에게서 자른 2t의 머리카락이 전시된 곳이다. 머리카락은 직물 제조 원료 등으로 사용됐고 전시장에는 머리카락으로 짠 모포도 있다. 또 수백명 유태여성을 대상으로 불임 등 의학실험을 했던 공간은 공개되지 않는다.

3km 떨어진 비르케나우 수용소는 너른 들판에 자리하고 있다. 옆으로 길게 뻗은 붉은 벽돌 건물 가운데를 통과하는 선로가 보인다. 1944년 5월부터 대학살의 대상이 된, 유대인들을 실은 열차는 이 관문을 통해 수용소 중앙지점의 램프에 정차했다. 50만명의 유대인을 강제이송한 기찻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수용소에서는 가스실과 화장장의 잔해들, 수감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23개 언어로 쓰인 추모비 등도 놓여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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