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위력’으로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보됐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광주·전남에는 비교적 적은 피해만을 남겼다.

6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에서 힌남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나무가 쓰러지거나 교통 시설물 파손, 방파제 파손 등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광주 55건, 전남 170건의 안전조치를 했다.

이는 위력이나 이동경로 면에서 비슷했던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와 비교해 피해가 상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미는 당시 전국에서 131명의 인명 피해와 4조2000억 원가량의 재산 피해를 냈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상륙 당시 최저 해면기압 955.9hPa(헥토파스칼)을 기록했다. 기압이 낮은 곳으로 바람이 빨려들어가는 태풍의 특성상 hPa 수치가 낮을수록 더욱 강한 바람이 분다.

힌남노의 해면기압은 지난 1956년 태풍 ‘사라’(951.5hPa), 2003년 ‘매미’(954hPa)에 이어 역대 3위의 위력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피해는 적었을지 몰라도 결코 위력이 약한 태풍은 아니었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다만 태풍이 경남 거제 인근에 상륙하면서 광주·전남 지역은 태풍 진행방향 왼쪽인 ‘가항 반원’에 들었다. 가항 반원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부는 태풍 자체의 바람과 편서풍·무역풍의 방향이 반대가 되면서 서로 부딪혀 풍속이 약해진다.

실제로 광주·전남 지역의 최대 풍속은 예보했던 것보다 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수, 고흥, 완도 등 전남 남해안 지역은 당초 최대 초속 60ｍ의 강풍이 불 수 있다고 예보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안 가거도 초속 42.3ｍ, 진도 수유리 초속 41.3ｍ 등 비교적 낮은 위력의 바람이 분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의 광주·전남 내륙 지역에서도 초속 20~30m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됐으나, 광주에서는 초속 13.5m 이하의 바람만 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당 강수량도 예상보다 적었다. 당초 전남 남해안 지역에 시간당 50~100㎜의 폭우가 쏟아질 전망이었으나 실제로는 여수 53㎜, 고흥 41.6㎜ 등 비교적 약한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 또한 광양 백운산 234.5㎜, 완도 청산도 233.5㎜, 진도 215.7㎜, 완도 보길도 208㎜ 등 남해안 지역에 집중됐다. 광주에는 50.7㎜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힌남노는 충분히 위력이 강했으며 그다지 빠르게 약화되지도 않았다”며 “피해가 적었던 데에는 사회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 ‘매미’ 때와 달리 최근에는 배수 시설 등 사회적 기반시설 성능이 좋아졌으며, 피해 예방 대책이 충실하게 이뤄져 비교적 적은 피해만 입는 데 그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