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한 골프장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새끼 삵 3마리가 어미와 떨어진 채 발견됐지만 적절한 보호조치 없이 방치된 뒤 종적을 감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업자 측은 착공 전 법정보호종 발견 시 공사 중단 및 관련 전문가 자문을 거친 보호책 시행을 환경당국으로부터 지시받았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야생동물보호 전문가는 “환경영향평가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11일 광주일보 취재결과, 지난해 8월 12일 오전 10시40분께 함평군 대동면 금곡리 산 66-2번지 일원 골프장 건설 현장에서 벌목 작업 인부들이 새끼 삵 3마리를 발견했다. 새끼들은 골프장 신축 부지에 위치한 동산 중턱에서 발견됐으며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광주일보가 확보한 당시 영상을 보면 삵들은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미숙한 상태의 새끼들로 바닥에 쌓여있던 나뭇가지들 사이를 굴러다니고, 바로 아래에선 굴착기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젖먹이 새끼들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야생동물보호 협회 등 관련 전문가들은 “삵들의 서식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함평군 대동면 금곡리 일원에서 발견된 새끼 삵 3마리. <독자 제공>

당시 인부들은 새끼 삵들을 발견한 뒤 현장사무소로 가지고 내려와 사업시행자인 대성베르힐컨트리클럽(주)과 원청(시공사, 디에스종합건설) 측에 알렸다. 이후 시공사 측은 인부들이 가져온 동물이 법정보호종인 어린 삵들임을 알아보고 최초 발견지점 부근에 가져다 놓았고, 그 이후로는 새끼 삵들을 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여름 땡볕 아래에 새끼 삵들이 방치됐다는 점에서 폐사 가능성도 있다.

현장 인부들과 시공사 측 관계자들이 삵을 발견한 뒤 즉각 법정보호종임을 알아본 것은 이보다 석 달 앞선 5월 같은 사업장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 여부를 놓고 잡음이 일었기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 현장에서 수달과 담비 등 멸종위기 동물 출몰 사실이 환경단체 카메라에 의해 확인되면서 서식지 파괴 논란이 일었고, 사업자 측이 “출몰은 사실이나 서식지는 아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잡음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법정보호종 발견 시 취해야 할 행동을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착공 전 환경영향평가서에서 “공사 시 법정보호종이 발견될 경우,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관련 전문가 자문 등을 받아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사업자 측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는 환경영향평가법(제39조 등)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 이범기 사무국장은 “(제시된 사진은) 새끼 삵들로 보인다. 어미가 없는 상태의 삵이 발견되면 이를 전담기관에 신고해야 하고, 함부로 이동시키는 경우에는 불법포획으로 간주돼 고발조치 사안”이라고 했다.

시공사 측 현장책임자는 “법종보호종 발견 시 신고 의무가 있지만, 미처 신고하지 못했다. 법정보호종들을 제대로 보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정병호 기자 khh@kwangju.co.kr

/함평=한수영 기자 hs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