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라면 ‘공렴’(公廉) 두 글자를 가슴에 안고 그것을 실천해야 본분을 다하는 것이라고 다산은 믿었습니다. 그는 벼슬살이 시기에나 저술에 매진하던 시기에나 참으로 ‘공렴’이라는 두 글자를 실천하며 인생을 살았지요.”

최근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조선 최고 실학자인 정약용 사상의 정수인 ‘목민심서’를 오늘의 시각으로 풀어낸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현암사)를 펴냈다. 평생을 다산 연구에 매진해온 박 이사장은 옛날의 어진 목민관이 실천했던 공렴한 행정의 본보기에 초점을 맞췄다.

‘목민심서’는 그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읽은 책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분량(48권)이 많은데다 한문책으로 돼 있어 일반 독자들이 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

박 이사장이 처음 다산의 ‘목민심서’를 접했을 때는 지난 1971년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쓰면서였다. 이후 유신반대 유인물 투쟁인 전남대 ‘함성’지 사건으로 복역하면서 다산의 저서를 읽었다. 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수감생활을 하는 중에도 ‘목민심서’를 읽을 만큼 다산의 사상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번 책은 2018년 3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매경이코노미’에 60회 걸쳐 연재된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결과물이다. 격주로 25매씩 썼던 글을 묶었는데 어느 책보다 공이 많이 들어갔다.

“다산의 핵심 철학인 공렴은 시공을 초월한 공직자들의 헌장이지요. 공(公)은 공평, 공정, 공공의식과 관련되며 염(廉)은 청렴과 결부됩니다. 여기에는 목민관의 상관이자 감독관인 암행어사나 관찰사도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르면 지체 없이 고발하라는 뜻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썼던 시대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공직자들의 윤리성 문제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져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시대가 바뀌고 제도와 관습은 많이 변했지만 목민관이 백성을 보호하고 양육해야 하는 원론과 원칙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죠. 백성을 위하는 위민정신(爲民精神)이나 양민정책(養民政策)의 근본 원리는 어느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박 이사장은 오늘날 목민관 범위는 예전 수령(守令)에 한정하던 의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최하급 공무원에서 최고 지위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직자는 목민관”이며 “입법부와 사법부의 공무원도” 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목민심서’에서 부임, 율기, 봉공 등은 수기에 해당하며 행정업무와 관련된 이전, 호전, 예전, 병전, 형전, 공전은 치인의 일이다. 학자이면서도 현실적 방안을 고민했던 다산의 실용주의자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이사장은 “다산은 유배에 묶인 몸이라 목민할 마음은 있지만 몸소 행할 수 없어서 ‘마음만의 책’ 즉 ‘심서’(心書)라고 했다”며 “백성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귀양살이로 실행할 방법이 없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겠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책은 목민관 인격 함양과 올바른 행정을 통해 백성이 혜택을 입게 해야 한다는 게 주된 요지다. 아울러 박 이사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렴’을 실천해 맑고 깨끗한 세상, 여유롭고 편안한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석대 석좌교수인 박 이사장은 광주일보 고정 칼럼란 ‘월요광장’을 통해 다산의 사상 등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제 13·14대 국회의원, 5·18기념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다산 정약용 평전’ 등 저서와 편역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