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람이 아닌 자연과의 건강한 접촉과 만남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단체 관광을 통해 대규모 인원이 집적하는 시설보다는 가족, 친구, 지인 등 소수의 개별 관광객들이 자연을 거닐며 즐기고 쉴 수 있는 ‘청정 공간’의 중요함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숲길, 산길, 해안길, 사찰, 정원 등 전남에 산재해 있는 인적 드문 보석들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는 ‘위기 속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개발이 더디고 인위적인 시설이 부족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전남도의 관광자원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오염이 덜 돼 있고, 교통의 불편함으로 인해 외지고 사람들이 찾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전국적·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남도의 분석이다.

다만 이들 자원이 지속가능한 청정함과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필요 시설을 첨단 기술과 위생·방역에 기반해 점진적으로 설치해나가고, 철저한 예약제를 통해 인원을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관광지 주변에 자리한 식당, 펜션 등 민간시설의 위생·방역 수준을 업그레드하면서 관광객들의 동선을 감안해 편의시설을 적절히 배치하는 등의 추가 투자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를 앞두고 도내 각종 관광지 중 선별해 90개의 언택트(Untact, 비대면) 관광지를 추려내고 다시 50곳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모두 야외관광지로, 기존 유명관광지와 더불어 숨겨진 관광지도 함께 발굴해 관광객들을 분산하고 보다 안전하게 소소한 행복들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목포 고하도 해안데크. <전남도 제공>

대표적으로 발굴된 비대면관광지는 바다와 아름다운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낭만트레킹을 누릴 수 있는 목포 고하도 산책로, 진도 접도 웰빙길, 여수 하화도 꽃섬길, 고흥 쑥섬·연홍도 등이 선정되었으며, 국립나주숲체험, 장흥 천관산 동백생태숲, 광양 백운산자연휴양림&치유의숲, 장성 축령산 숲체원, 구례 천은사 소나무숲길·천개의향나무숲 등이 피톤치드의 향기와 함께 힐링과 치유가 가능한 산림체험지로 뽑혔다.

해남 4est 수목원.

또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계절별로 오색찬란의 꽃잔치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보성 대원사길(봄 벗꽃), 해남 4est수목원(여름 수국), 신안 병풍도 맨드라미공원(가을) 장흥 천관산 동백생태숲(겨울)등이 선정됐다. 전남도는 내년 1월부터 이러한 비대면관광지 50선 테마와 계절에 맞게 매달 4~5개소씩 다양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거점 비대면관광지와 주변관광지들 함께 연계해 여행할 수 있도록 릴레이 홍보하고, 50선을 활용한 전라남도 비대면 테마여행도 새롭게 기획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광동 전남도 관광과장은 “새로운 일상으로 관광객들의 관광콘텐츠 수요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관광객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부단히 고민했다”며 “이번 비대면관광지 50선에서 전국·세계의 관광객들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힐링하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남 비대면관광지 50선은 전남도 관광정보시스템 남도여행길잡이(www.namdokorea.com)와 전남도가 운영하는 관광SNS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남도여행길잡이 채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관광지는 이미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0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 전남도가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가 높아 선정한 ‘2021년 방문해야 할 명품숲’, 수려한 산림자원에 조성된 숲길을 걸으며 힐링과 치유할 수 있는 ‘걷고 싶은 전남 숲길’ 등에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전남도는 9개 정부부처 연계한 ‘지역혁신 통합지원’ 공모사업에 ‘Flight to K-Original! 전남 KTTP’가 선정되면서 무안국제공항으로 외래객을 유치, 남도에서 쇼핑과 음식, 숙박 등 지역완결형 관광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지역혁신 통합지원’ 사업 투자 규모는 핵심연계 20개 사업에 국비 132억원을 포함해 모두 214억원으로, 이 가운데 4개 사업(24억원)은 해양수산부, 한국관광공사 등이 직접 수행하게 돼 전남 관광의 세계화를 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남도 역시 이 사업을 통해 비교우위 자원을 부각하고, 교통과 숙박, 쇼핑 기반을 보완해 하나의 스마트플랫폼으로 연결, 블루 투어 국제관광지로 우뚝 설 방침이다. 문체부의 ‘지역혁신 통합지원’ 공모사업은 지방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방한관광객을 선도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는 점에서 전남의 비대면 관광지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전환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