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년드림은행(이하 청년은행)은 여느 시중 은행과는 다르다. 대출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빚의 무게를 덜어주는 은행이다.

주세연(28) 센터장은 “청년은행은 만19~39세 청년에게 무료로 재무상담, 신용회복을 해 주고 있다. 부채로 고민하는 광주 청년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시간과 사회적 관계를 저축해 주는 은행”이라고 소개했다.

청년은행은 크게 ‘청년금융상담’, ‘채무조정·연체해소 지원’ 두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먼저 금융상담의 경우 1:1 인터뷰를 통해 소득, 근무 환경, 주거 환경, 사회적 관계, 소비·지출 등을 파악한 뒤 일주일에 걸쳐 재무 계획을 세워 준다.

큰 부채로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채무조정, 개인회생파산, 신용회복 워크아웃 등 제도를 안내해준다. 상황에 따라 기관에 동행해 제도 신청을 돕기도 하며, 신용회복·연체 예방 지원금을 1인당 80만원씩 주기도 한다.

“시에서 진행한 광주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새로 빚을 내면서 기존 부채를 상환하려고 해 빚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에게 유용한 제도를 알려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저희 역할이지요.”

주 센터장에 따르면 광주청년드림은행은 2016년부터 시행된 광주시 청년 부채 실태조사가 바탕이 돼 출범했다. 조사 결과 광주 청년 10명중 3명이 부채가 있었으며, 평균 25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반면 청년의 구직기간은 12.6개월에 달했고, 높은 물가에 비해 저임금으로 일하며 부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젊고 건강한 청년이 왜 빚을 지고 사느냐’, ‘빚진 청년들을 왜 국가가 도와줘야 하느냐’는 등 안 좋은 시선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개인을 살펴보면,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부모 지원이 없거나 노동권을 존중받지 못해 좌절한 경우가 많아요.”

청년은행은 청년 부채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보고, 시가 직접 지원에 나서면서 2018년 문을 열었다. 이후 지난 2년 동안 해마다 250여명이 상담을 받았고, 2018년 99명, 2019년 100명이 지원금을 받았다. 올해는 지원금 대상을 1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은행은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광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센터장을 비롯한 6명의 금융 전문가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직업트레이닝센터 상담사 양성과정 60시간을 이수하고 인턴십을 거쳐 실력을 증명한 이들이다.

“상담을 받은 분들이 도움을 받고난 뒤 잘 지내고 있다고 연락해올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한 상담자는 당시 부채와 더불어 주거도 불안한 상황이었는데, 여러 정책을 안내받아 위기를 극복했어요. 지난 연말 ‘일자리도 구했고, 잘 살고 있다’고 연락이 와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주 센터장은 “가족 채무, 학자금대출, 불법금융피해 등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시중 금융기관, 신용회복기관 문턱이 높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주 센터장은 모든 광주 청년들이 부채에서 벗어나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누구나 빚을 질 수 있고, 돈 문제로 고민할 수 있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상담 받으러 와 주세요. 우리는 항상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