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간척지 1만681㏊ 내년부터 벼농사 못짓는다
2024년 10월 03일(목) 19:05
정부, 전국 13개 임대 간척지 내 수도작 신규·연장 계약 중단 발표
전남, 전체 33.6% 차지…축구장 6200개 규모 벼 재배면적 사라져
스마트팜 등으로 대체…농민들 “내년 종자도 준비 했는데…” 반발

3일 순천시 선학마을 인근 논에서 농민이 컴바인를 이용해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고시한 종합계획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임대 간척지 내 일반벼 재배면적은 0㏊로 점진 축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국 13개 임대 간척지 내 수도작에 대한 신규·연장계약은 중단된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정부가 전국 최대 규모인 전남도내 임대 간척지 중 축구장 6200여개 규모의 일반벼 재배 면적을 가루쌀, 조사료 등 타작물 재배지와 스마트팜, 태양광 발전사업지로 대체하기로 해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임대 간척지에서 벼농사에 종사해 온 전남 농민들은 이미 내년 종자까지 구입한 상황에서, 충분한 사전 설명조차 없이 사실상 ‘농사 금지’를 발표한 정부의 성급한 정책 추진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25일 ‘2차 간척지의 농어업적 이용 종합계획’을 고시하고, 내년부터 전국 13개 임대 간척지 내 수도작에 대한 신규 및 연장계약을 금지한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임대 간척지 내 일반벼 재배면적을 0㏊로 점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수도작은 논에 물을 대어 벼농사를 짓는 것으로, 일반벼 농사를 뜻한다.

전남지역 내 임대 간척지는 고흥, 장흥 삼산, 진도 군내, 진도 보전, 영산강Ⅱ, 영산강Ⅲ-1, 영산강Ⅲ-2 등 7곳 총 1만681㏊로, 전국 13개 임대 간척지 면적(3만 1786㏊)의 33.6%에 이른다.

전남 소재 간척지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와 임대 계약을 맺은 곳은 총 106개 법인이며, 7588명의 지역 농민들이 간척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이 중 전남 간척지 내 수도작 면적은 축구장 6211개에 달하는 4435㏊로, 정부 종합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벼 농사 면적은 없어진다.

전남 지역별 간척지 내 수도작 면적은 올해 기준 영산강Ⅲ-2가 1930㏊로 가장 넓고, 영산강Ⅲ-1(1307㏊), 고흥(521㏊), 군내(261㏊), 영산강Ⅱ(174㏊), 삼산(123㏊), 보전(119㏊) 순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해당 농지에서 생산되는 쌀 생산량을 지난해 기준 1만8627t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간척지 내 수도작 금지를 통해 쌀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고 하락을 반복하고 있는 쌀값 안정화와 더불어 스마트팜 단지 조성을 통한 농업 기술화 및 청년 농업인 유입 등 간척지의 다각적인 활용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9월 25일 ‘2차 종합계획’으로 중점 추진할 5대 전략과 12개 세부추진과제를 설정했다.

5대 전략은 ▲간척지의 다각적 활용 기반 구축 ▲간척지의 다각적 활용 촉진 ▲미래 융복합 농어업 육성 견인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 ▲간척지의 효율적·체계적 관리 등이다.

이 같은 농식품부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임대 계약을 주관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간척지 내 수도작 재배에 대한 신규 임대계약 및 연장계약을 중단한다. 사전 계약된 기간까지는 간척지 내 수도작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터 타작물로 전환하지 않으면 연장 계약이 불가능하다.

현재 간척지 임대는 법인당 5년으로, 3년 연장 계약을 통해 최대 8년까지 임대할 수 있다.

내년부터 간척지 임대를 통한 수도작을 계획하거나, 이미 수도작을 하고 있는 법인 가운데 연장계약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 한국농어촌공사가 매년 3~4월 간척지 법인 계약을 맺는 것을 감안 하면 5개월 내로 품종을 모두 전환해야 한다.

조급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지역 농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남 농민회 관계자는 “전국 농민회도 농식품부가 간척지 종합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 간척지 내 수도작에 대한 세부지침을 전혀 들은 바 없다”며 “당장 내년 간척지 임대 계약을 희망하거나, 연장하려는 법인· 농민들이 작물을 변경하거나 간척지 임대를 포기하고 농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내년 3월 있을 법인 계약부터 수도작 전면 금지를 바로 시행할 경우 가루쌀 등 타작물 종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농민들의 어려움이 예상돼 시행을 1년 유예하는 등의 연착륙 방안 마련이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 상황에선 정부 지침에 따라 내년 시행 방안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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