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를 내 손으로 복원한다는 보람과 사명감을 갖고 기와를 만듭니다. 한국 전통 기와 문화를 미래 세대에 전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자 꿈입니다.”

장흥 안양면 기산리의 제와 공방에는 ‘기와 만드는 장인’ 김창대(48)씨가 있다. 고(故) 한형준(1929~2013)씨의 제자인 그는 전국에서 유일한 국가무형문화재 제91호 제와장(製瓦匠) 보유자다.

그는 문화재 복원 사업의 ‘핵심 기술자’다. 김씨는 현재 한씨의 공방을 물려받아 창경궁 영종문, 경복궁 향원정, 안성 청룡사 등의 기와를 만들고 있다. 그는 한씨와 함께 숭례문, 창덕궁 부용정 등 문화재에 들어갈 수제 기와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다.

김씨는 36개 전통 기와 제조 공정을 오롯이 지키고 있다. 흙을 발로 밟아 반죽하고, 끈으로 반죽을 잘라 손으로 무늬를 새긴다. 가마에 불을 때고 기와를 구워낼 때면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종일 뜬 눈으로 가마를 지켜본다.

“후배들 의견을 따라, 대량의 흙을 구하고 배합하는 일에는 포크레인 등을 씁니다. 이밖의 공정은 모두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집니다. 제 자신이 문화재인 만큼 전통을 오롯이 이어가고 싶어요.”

김씨에 따르면 수제 기와는 기계로 찍어낸 기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과 장점을 갖고 있다.

“공장제 기와는 수제보다 20~30% 더 무겁고, 빗물을 막지 못해 나무 구조물에 그대로 흘러 썩게 만듭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종묘 정전이지요. 건물 앞쪽에는 색이 균일한 공장제 기와를 쓰고, 뒤쪽에 수제 기와를 썼습니다. 그 결과 건물이 공장제 기와 쪽으로 기울어지며 파손됐어요. 이처럼 무게, 습기가 중요한 고건축물에는 수제 기와의 가치가 남다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도자기를 전공했던 김씨는 부산에서 학교 시설을 관리하며 아이들에게 도자기 기술을 가르치는 교사 보조 공무원을 했다. 1987년 한씨가 출연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아이들에게 기와 제작법을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씨를 찾아가 제자가 됐는데, 기와의 매력에 차츰 빠져들어 2002년부터는 전업으로 기와를 제작하게 됐다.

시간이 흘러 이제 가르치는 입장이 된 김씨는 ‘전통문화 계승’에 집중하고 있다. 공방에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5명의 제자가 있으며, 문화재 대학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김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제와 기술을 소개해 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는 게 목표다.

“기술을 배우러 온 이들도 금방 포기하곤 해요. 몸을 써서 만들다 보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더욱 젊은 이들이 꼭 필요합니다. 이들이 직업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고, 기술을 오래도록 이어가게 하고 싶어요.”

한편 김씨의 공방은 최근 문화재청 제와장 공방개선·신축 사업에 선정됐다. 2008년 한씨가 세웠던 공방으로, 현재 숭례문 등 문화재의 기와가 만들어진 현장이다. 개선·신축에 쓰이는 총 사업비는 9억원으로, 안양면 일대 2000여㎡의 공간에 기와 가마, 제작소, 성형건조장, 야적소, 체험공간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전통 가마를 복원하고, 좋은 흙을 찾아 헤매던 추억이 묻힌 곳이지요. 하지만 생산 시설 효율이 좋지 않아 기와 납품이 자주 늦어지곤 했어요. 이 곳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생산 시설로 발전시키고, 우리 기와 문화를 이끄는 요람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