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나날이 늘어가는 가운데 오월 어머니집 회원들이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광주시 건강정책과를 찾아 ‘어머니의 손맛’을 전달했다.

이명자(70) 오월 어머니집 관장은 4일 오전 광주시 건강정책과를 방문해 60인분의 도시락을 전달했다.

이 관장을 비롯한 오월 어머니집 회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쏟고 있는 건강정책과 직원들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퇴근조차 하지 못하고 매 끼니를 식당밥으로 해결하며 집밥을 그리워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때 식사를 못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오월 어머니들은 나눔과 연대를 상징하는 ‘오월 주먹밥’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고생하는 건강정책과 직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라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어머니들은 지난 2일부터 직접 장을 보고 반찬을 마련했다. 제철인 봄동을 사와 직접 겉절이를 담고 산에서 직접 꺾은 고사리와 세발나물로 반찬을 만들었다. 장아찌와 깻잎도 곁들였다.

당일 준비해야 하는 반찬도 있어 3일에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월 어머니회 사무실에 어머니들이 모였다.

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을 준비하고 계란말이도 부쳤다. 든든한 한 끼를 위해 찹쌀밥을 짓고, 따뜻한 소고기 뭇국도 끓였다. 비타민으로 피로를 이겨내라는 의미로 제주산 무농약 귤도 준비했다.

어머니들은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전달하고 싶어 도시락을 보온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오전 11시 15분 광주시청으로 향했다.

이 관장은 “달빛동맹으로 맺어진 형제 도시 대구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대구지역 확진자를 광주에서 치료하는 결단을 내린 이용섭 광주시장의 담화문을 들었다. 오월 어머니회도 이 뜻에 동참하기 위해 미력하나마 도시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사서 보내거나 기부를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손수 밥을 대접하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광주정신의 상징으로 알려진 1980년 오월 광주 거리 곳곳에서 만들어진 주먹밥 정신을 5·18 40주년인 올해 다시금 보여 주고 싶어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24시간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게 조그만 정성으로 밥을 대접해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날 도시락을 준비하고 전달한 6명의 오월 어머니들은 “도시락을 받아본 광주시 공무원들이 기뻐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며 “코로나19가 광주에서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큰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에 참여한 오월 어머니회 사무총장 김형미(56)씨는 “이번 주가 코로나19의 고비이자 분수령이라고 들었다”며 “1980년 광주가 계엄군의 총칼에도 무너지지 않았듯이, 코로나19에도 슬기롭고 현명하게 잘 대처해 앞으로도 확산을 잘 막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달빛동맹’을 맺은 대구가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오월 어머니회원들 사이에서 대구를 직접 찾아가 대구시민들에게 광주정신을 알릴 주먹밥을 나눠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