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이웃에 따뜻한 손길을 전해 온 적십자 광주전남 재난대응봉사회(회장 강대석) 홍준길(63)씨가 최근 봉사활동 누적 1만5000시간을 돌파했다. 이는 적십자사에서 공식 인정한 봉사활동 시간으로, 햇수로 따지면 1년 8개월여에 달한다.

“1만 5000시간을 달성했다는 자부심보다 열심히 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커졌어요. 이제는 2만시간을 채우고 싶습니다.”

홍씨는 30년 넘게 개인 택시 운전을 해 왔다.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1985년 전남모범운전자연합회에 가입할 때부터였다.

“당시 교통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사고가 잦은 게 안타까웠어요. 교통질서를 바로세우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안전띠 매기, 중앙선 지키기, 음주운전 예방 등 각종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캠페인을 하다 보니 봉사에도 관심 생겨 1998년부터 적십자 활동을 시작했지요.”

홍씨는 88서울올림픽이 열리던 시절부터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인 구조와 함께 활동 시간을 기록하며 봉사할 수 있는 적십자에 관심을 두게 됐다.

재난대응봉사회에 들어간 홍씨는 각종 재난 상황에서 구호 활동을 해 왔다.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나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하면 구호품을 관리·전달하고 급식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이다. 이재민의 답답한 심정을 들어주는 재난 심리상담도 하고 있다. 홍씨는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재난 상황이 적은 편”이라며 “급식 제공, 희망풍차 전달 등 일반 봉사활동도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절별로, 상황별로 다양한 봉사를 하기도 했다. 여름이면 광주전남 물놀이 사고 예방을 위한 수변안전요원으로, 봄·가을이면 등산객을 안내하는 등산로 안전요원으로 활동했다. 농번기 때면 농민일손돕기에 나서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단연 2014년 세월호 유가족·이재민과 고락을 같이 했던 때다. 당시 그는 구호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6월부터 진도체육관에서 급식 제공, 구호품 배분, 생활용품 전달 등을 진행했다.

“언론에서 300명 전원 구조라는 말만 듣고 구호품을 전달하러 진도로 갔는데, 막상 현장을 보니 정반대 상황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계속 떠오르고, 가슴이 아픕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지요.”

본업이 따로 있는 만큼, 봉사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집안에서 걱정도 컸다. 그럼에도 봉사활동을 계속해 온 것은 남모를 보람과 흐뭇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활동해 온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지는 않지만 그간 쌓인 기록을 보면 보람차고,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힘내서 참여하게 돼요.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무엇이라도 하나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홍씨의 다음 목표는 봉사활동 누적 2만시간을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2만시간을 넘어 3만시간을 달성하더라도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되는 한 꾸준히 주변에 보탬 될 것”이라는 각오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을 보다 열심히,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우리 주변에 소외받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더 섬세하게 살펴보고, 성실하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