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영주고 신입생 학우님들, 아니 형제 자매님들. 한 분도 낙오하지 마시고 서로 감싸 안으며 동행 하세요.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잖아요. 3년 후 졸업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 한번 주세요. 시간 내서 축하의 자리에 달려갈까 합니다.”

2016년 12월 고흥 영주고 교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자동차로 5시간, 470㎞나 떨어진 강원도 춘천에서 온 편지였다.

‘1956년생 김종범’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두 장의 편지지에 배움에 대한 자신의 끝없는 열정과 고단한 삶의 궤적을 소개한 뒤 고흥 만학도 어르신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로 부터 3년이 흐른 지난 7일, 편지의 주인공인 김종범씨가 양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고흥을 찾았다. 약속대로 영주고 만학도들의 뜻깊은 졸업식에 직접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3년 후 졸업 날짜 정해지면 연락 달라’던 당부 글을 잊지 않고 학교 측이 최근 졸업식 사실을 알렸고, 김씨는 한 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고흥의 만학도와 강원도 만학도는 배움의 길에 접어든 후 일상에 찾아온 감격적인 순간순간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어린 시절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환경 때문에 가슴에 한이 맺히도록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너나없이 눈시울을 붉히며 손수건을 적셨다. 앞으로 또 다른 꿈을 키워나가자는 약속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날 감동의 현장을 지켜본 학교 관계자는 “강원도와 전남의 거리는 이들의 우정에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며 “그저 배움을 위한 열정 하나로 모두 하나가 된 것 같아 감동 그 자체”라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