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이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았다.

최근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에서 중학 과정을 졸업한 최병모(77)씨와 고교 과정을 마친 김옥희(여·60)씨가 주인공이다.

최씨는 학력 인정이 안 되는 중학교를 다녀 중학교 졸업장이 없었다.

1남 4녀를 키우느라 서울 생활을 했던 최씨는 20여년 전 고향 무안으로 돌아와 농사를 시작했다. 몇 해 전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농사를 짓기 힘들어지자, 지금은 소를 키우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최씨가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치매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최씨는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서 한자를 배웠던 경험을 살려 중학 과정 중 한자급수자격검정 3급 시험에 합격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올해는 2급 시험에 도전할 예정이다.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아내의 소원도 입학 계기가 됐다. 최씨의 아내는 현재 초등문해과정을 배우고 있으며, 올해 3단계 과정으로 진급한다.

경기도 성남 출신 김옥희(여·60)씨는 최근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50년에 걸친 성남 생활을 접고 10여년 전 목포로 이사 온 김씨는 어린 시절 못 다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 입학했다.

김씨는 초등학교(옛 국민학교) 6학년 말, 졸업 직전 성남시의 한 공단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졸업처리가 되지 않아 초교 졸업장을 받아볼 수 없었다.

김씨는 해남군 고도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공부를 계속했다. 해남 가게와 목포 집을 오가며 오전 시간을 활용해 수업을 들었다.

이렇게 초등교육과정 1년,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총 5년에 걸쳐 공부해 온 김씨는 오는 3월 목포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새내기 대학생으로서 삶을 시작한다.

최씨와 김씨는 지난 8일 나란히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졸업식에 참가했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성인을 위한 중·고등학교 학력인정 과정을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이다. 올해는 초등교육과정 47명을 비롯해 중학교 157명, 고등학교 270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올해는 4년제 이점구(조선대), 이승관(순천대) 등 21명, 2년제 김옥자(배화여대), 조영훈(목포과학대) 등 101명 총 122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학교는 이달말까지 초·중·고등학교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