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이간(呂夷簡, 978~1044)의 자는 탄부(坦夫)이며 현 안후이성 봉대에 해당하는 회남로 수주 출신이다. 북송 인종때의 명재상으로 왕조의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대대로 관료를 역임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친 여몽령은 광록사승과 대리사승을 지냈다. 백부 여몽정은 태조와 태종 밑에서 3번이나 재상을 역임한 거물이었다. 진종이 아들 가운데 중용할만한 인물을 추천하라고 하자 조카 여이간이 재상의 역량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함평 3년(1000) 진사에 급제해 강주의 군사추관을 거쳐 통주통판, 빈주지주, 예부원외랑을 거쳐 형부랑중이 되었다. 빈주지주 재직시 농구세(農具稅)를 면제해 달라는 주민들의 뜻을 상소해 진종이 농구세를 면제하는 칙령을 반포하였다. 예부원외랑 재직시에는 진종이 궁궐을 건축하려하자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물을 축내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진종의 신임을 받아 요나라에 사자로 가 양국의 국경 문제를 협상하였다. 이후 지제고로 기용되어 황제의 측근이 되었다.

1022년 진종이 죽고 13세 인종이 즉위했다. 유태후가 섭정에 나섰다. 그는 동중서문하평장사를 거쳐 재상에 올랐다. 권력욕이 강한 유태후가 전횡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면서 나어린 황제를 보필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차분히 일의 선후와 경중을 설명해 태후의 동의를 얻어내는 원만함을 보여주었다. 사소한 문제는 넘어갔지만 중요 국사에 관해서는 유태후와 언쟁도 불사했다. 진종을 추모하는 의식에서 황제가 사용한 모든 것을 태묘에 배향해야 한다고 태후가 주장했다. 그가 답하기를 “어린 인종을 잘 보필하는 것이야말로 진종을 가장 잘 생각하는 것입니다. 낭비는 선제께서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인종의 생모인 이씨가 죽자 태후는 장례식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 그가 문제를 제기하자 재상이 궁중사까지 관여하느냐며 불편한 내색을 하였다. 그가 “태후께서는 후일 유씨 집안의 보전을 생각하셔야 됩니다.”고 답하자 태후는 서둘러 황후의 예로 장사지내도록 하였다. 실제로 후일 인종은 이 사실을 알고 유씨 집안에 가혹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1033년 유태후 사후 인종이 친정에 나서자 8가지 충고를 하였다.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고, 뇌물을 금하고, 간사한 아첨을 분별하며, 여색을 멀리하라는 등 8가지 충고를 인종은 겸허히 받아들였다. 인종이 북송 왕조 명군의 한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곽황후는 성질이 거칠어 인종과 갈등이 잦았다. 인종의 얼굴을 때리는 일조차 벌어졌다. 그는 황후 폐립에 찬성했다.

1042년 요나라가 남침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개봉에서 낙양으로 천도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그는 이를 말렸다. 낙양으로 천도하게 되면 요나라가 아무런 저항 없이 황하를 건널 수 있게 되어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그의 뜻을 따라 낙양 천도는 없던 일이 되었다.

1042년 병으로 쓰러지자 사공 및 평장군국중사로 제수되었다. 인종은 자신의 수염을 잘라 보내면서 “지금 짐의 턱수염을 잘라 보내니 빨리 회복하기 바라오”라는 말을 전했다. 당 태종이 장군 이세적을 위해 자신의 수염을 잘라 약에 쓴 것과 비슷한 일화다. 1044년 66세로 세상을 떠났다. 인종은 3일간 조회를 중지시키고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했다. 태사와 중서령에 추증하고 문정(文靖)이라는 시호를 하사했다.

일찍이 재상 왕단은 왕증에게 말하기를 “여이간은 훗날 당신과 더불어 재상직을 담당하게 될 것이오.” 왕증이 그 까닭을 묻자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의 상소문을 읽은 바 있다고 답했다. 왕증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후일 왕증은 여이간이 함께 재상이 되자 조용히 왕단의 말을 전했다. 두 사람은 왕단의 선견지명에 대해 범인이 미치지 못할 바라고 탄복해 마지않았다. 정주에서 여이간이 사망한 후 인종은 조정의 화제가 그에게 이르게 되면 그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국사를 근심하여 자기 자신을 잊고, 또 만사를 다스리며 천하 구석구석까지 놓치지 않고 배려함에 있어, 어찌 여이간과 같은 인물을 다시 얻을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