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반도 동쪽에 자리한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우두마을’은 군청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로 꼽힌다. 하지만 청정해역과 수려한 자연 경관을 지녀 언제든지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마을로 알려져 있다. 깨끗한 바닷물을 끼고 있어 낚싯대만 드리우면 신선한 해산물을 낚아 올릴 수 있고 팔영산·우두해수욕장 등 명소들이 가까이 있어 즐길 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우두마을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로 끝마을로 불리던 상황에서 ‘소머리’를 뜻하는 마을 이름처럼 고흥을 대표하는 마을로 변모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상만(61) 우두마을 어촌계장은 “팔영대교로 인해 우두마을은 더 이상 끝마을이 아니다”며 “고흥의 관문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찾나오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소머리’를 닮은 여자만(汝自灣) 입구… 천혜의 선박 피난처=우두마을에 정확히 언제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을 뒤쪽에 우각산(牛角山·해발 350m)이 솟아있는 점으로 미뤄 마을은 ‘소의 머리’ 즉 쇠머리로 불리다 한자 표기인 우두(牛頭)가 정식 명칭으로 정해졌다.

한땐 100여 가구 주민 300여명이 모여 살았지만 현재는 62가구 108명(2018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 일부는 밭농사를 짓고 있지만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70%에 달하는 고흥군 평균 인구 분포와 달리 우두마을은 65세 이상 노인이 35명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젊은 마을이다. 우두마을을 포함한 우암·간천·용암·신성마을 등 우천리를 구성하고 있는 5개 자연마을 중 인구나 면적 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다.

김 계장은 “객지로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최근 대를 이어 어업을 하기 위해 귀향하거나 조용한 곳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고 싶은 타지 사람들이 귀어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뒤쪽 우각산과 함께 마을 앞쪽에 펼쳐진 조그만 만(灣)에는 우두항이 자리잡고 있다. 3만2000㎡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항구이지만 양쪽으로 나지막한 야산이 있어 태풍이 불 때는 인근 어선들의 피항처로 활용된다. 우두항은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숨겨진 낚시 명소다. 여수 특산품인 돌문어가 이곳에서도 잘 잡히고 개불은 품질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김 계장과 함께 마을 어촌계 업무를 맡고 있는 강대공(66)씨는 “오염원이 적은 여수만 초입인 까닭에 바닷물이 맑아 농어 치어 산란장이 있다”며 “우두마을 앞바다는 맛 좋은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우두마을(사진 왼쪽)과 여수시 적금도를 잇는 팔영대교. 이 다리는 길이 1340m, 주탑 높이는 138m에 이른다. 왕복 2차선 차도와 함께 인도도 개설돼 걸어서 적금도로 넘어갈 수 있다.

◇팔영산 등 풍부한 주변 관광지=우두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만 달리면 고흥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8개 지구 중 유일한 산악지구인 팔영산(八影山·해발 608m)이 나온다. 2011년 1월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팔영산은 8개의 봉우리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봉 유영봉(491m)·2봉 성주봉(538m)·3봉 생황봉(564m)·4봉 사자봉(578m)·5봉 오로봉(579m)·6봉 두류봉(596m)·7봉 칠성봉(598m)·8봉 적취봉(608m)으로 여덟 봉우리가 남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아 있다. 예전에 구례 화엄사·순천 송광사·해남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 사찰로 꼽히던 능가사를 비롯한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신선대, 강산폭포, 자연휴양림 등 명소가 많다.

가까이는 여수시 화양면, 멀리는 순천만습지 등 한눈에 볼 수 있는 한려해상 풍경이 팔영산의 자랑거리다.

팔영산 동쪽 줄기에는 우각산을 비롯한 우미산(牛尾山·해발 447m)이 우두마을과 가까이에 있다. 소머리를 의미하는 우각산부터 소꼬리 우미산까지 이어진 등산로는 높지 않은 높이에 다도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코스다.

또 팔영대교 아래쪽에 펼쳐진 우두해수욕장은 얕은 수심과 절경을 지녀 주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400m에 걸쳐 있는 고운 모래사장은 둘째치더라도 지금까지 한 번도 인명사고 나지 않은 안전한 장소다.

◇팔영대교 개통이 가져온 마을 발전 기회=77번 국도가 끝나는 곳에 자리한 우두마을은 항상 도로 끝마을에 있어 오지마을로 불리다가 지난 2016년 12월 발전의 기회를 맞았다.

우두마을과 여수시 적금도를 잇는 길이 1340m 연륙교 ‘팔영대교’가 12년의 공사를 마치고 개통된 것이다. 고흥과 여수 사이에 놓인 다리 11개 중 첫 번째 다리인 팔영대교는 현수교 방식으로 만들어져 빼어난 모습을 자랑한다. 주탑 높이는 138m에 이른다.

다리 개통으로 77번 국도는 적금도까지 이어지며 바다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 났다. 왕복 2차선 차도와 함께 인도도 함께 개설돼 걸어서 적금도로 넘어갈 수 있다. 익산국토관리청은 올 연말까지 적금교(255m), 낭도대교(적금도~낭도 470m), 둔병대교(낭도~둔병도 640m), 조발대교(둔병도~조발도 990m), 화양대교(조발도~화양 854m) 등 5개 교량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이들이 완공되면 우두마을은 여수시 화양면에서 고흥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되는 것이다.

우두마을 주민들은 간만에 찾아온 도약의 계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팔영대교 공사를 위해 주변 토지를 수용할 때도 적은 보상금이었지만 군소리 없이 동의했었다.

김 계장은 “다리가 모두 완공된다면 우두마을은 다도해 드라이브 코스의 거점으로 거듭나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며 “마을 주민들과 한마음으로 고흥 대표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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