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마을 방파제를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서금열(62) 어촌계장의 포도나무집이 있다.

그는 3년째 회천면 군농리 어촌계장을 맡고 있다. 득량만 뻘낙지 잡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군농 어촌계원들은 ‘영어법인 보성낙지통발 자율공동체’를 만들었다.

예순이 넘었지만 ‘은퇴’는 먼 일이다.

서 계장을 만난 8월 한낮에도, 그는 뙤약볕 바다 한 가운데 있었다. 낙지·전어 등 득량만 바다 대표 수산물을 수확하는 그는 새꼬막 종표도 직접 키워내고 있다.

햇볕에 한껏 붉어진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한 그는 어구를 정리한 뒤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금광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대 시절부터 광주에서 사업을 하다 1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윗집에는 형님네, 아랫집에는 막내가 살며 삼형제가 한 마을에서 오손도손 지내고 있다. 손수 지은 집 담벼락에 주렁주렁 열린 포도는 여름을 알리고, 동백꽃은 이른 봄의 시작을 전한다.

인구 감소로 심각해진 ‘어촌 빈집 문제’는 서 계장에게 남의 일 같다.

“귀어 인기가 높아지면서 우리 마을에 살고 싶다는 도시 사람들의 문의가 자주 와요. 다른 어촌계와는 달리 우리는 텃세 없이 모든 귀어인들을 환영합니다. 이웃끼리 사이가 좋다는 소문이 났는지 올해도 두 집이 이곳에 둥지를 텄어요.”

긍정의 힘이 잔뜩 느껴지는 서 계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금광마을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지녔지만 다수의 여행객을 맞이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정부 지원으로 군데군데 끊어진 길을 정비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해안가를 따라 마을 어귀에 접어든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요. 차량이나 트래킹족이 편리하게 마을을 오갈 수 있는 명품 길을 만들면 마을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