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를 품어 안은 진도군 군내면 신기마을 전경. 새롭게 일어나라는 마을 이름처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그림같은 어촌마을이 있다.

옅은 운해를 휘감은 다도해의 섬들과 푸른 하늘, 낚시대를 드리운 낯선이의 기다림이 한없이 평화로운….

진도대교에서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을 달리면 ‘신기마을’이라는 표지석이 방문객을 반긴다. ‘새롭게 일어나라’라는 뜻을 가졌다는 신기마을. 1968년 나리마을에서 분리돼 짧은 역사를 가졌다.

수려봉-건배산-금골산-연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포근하게 마을을 감싸안고 60여 가구가 다도해를 굽어보며 삶터를 일구고 있다. 드넓은 바다를 품에 안았지만 거주 인구는 적어 채움의 여지가 많은 곳이다.

주업은 김 양식이었으나 1990년 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어업권이 소멸돼 한차례 위기를 맞은 후 1998년부터 해상전복가두리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전복, 광어, 멸치, 새우, 해삼, 해조류가 주 수입원으로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곳 바다는 청정해역으로 황금어장을 자랑하는데 울돌목 빠른 조류의 영향으로 산소용존량이 8ppm으로 타 어장보다 2배가 높고 조도에서 황톳물이 흘러 내려와 적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모든 수산물에 미네랄이 풍부하고 식감이 쫄깃해 숭어·농어·민어 등이 잘 잡히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싱싱한 수산물을 구입하기 위한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낚시 마니아들이나 사진 작가들의 꿀팁 포인트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귀어민도 차츰 늘어 최근 3년간 10여명이 이 마을에 터를 잡았는데 이중 2가구는 연고 없이 정착했다. 외국인이 여행 왔다가 이 곳 풍광에 반해 집을 짓고 거주하는 가구도 2가구가 된다고 한다.

마을 앞 선착장은 신안·해남·완도 3개군 7개면 어업인들이 어선 및 물류수송을 위한 선박 계류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직판장이 있는 목포항까지는 배로 3시간, 전복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두리 양식장에서 20분 거리인 이곳에서 연간 500여 척이 성패작업을 위해 머물다 간다.

다만 정거장 역할만 한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다. 신기항이 직판장 역할까지 하게되면 신안 어민들은 높은 상품성으로 인해 연간 8억~9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고 마을은 고용창출과 유통 마진을 이용한 부가 소득을 올려 윈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어촌계장 김성석씨는 어촌 뉴딜 300사업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촌개발 대상지로 선정되면 항을 제대로 가꿔 물류 거점항으로 키우고 관광상품을 개발해 마을이 한단계 더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촌계 만으로는 힘에 부치지만 국가가 나서주면 경제적인 면이나 컨설팅 등 전문적인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마을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구상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먼저 마을 회관 옆 1만7000여평 부지에 50호 규모의 귀어·귀촌 단지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군 주관사업으로 현재 토지 매입이 완성된 상태다. 분양까지는 앞으로 4~5년. 김 어촌계장은 이곳을 찾는 귀어민들을 위해 마을에 문화시설을 늘려 정착을 돕고 싶은 마음이다.

또 2000년에 시작된 둘레길 조성이 2014년부터 본격화 돼 마을의 전 해안선으로 확대 조성중이다. 5km에 이르는 등산로에는 장엄한 기암 적벽들이 절경을 이루고 남대문, 촛대바위, 개바위, 사랑바위, 범바위 속 숨겨진 이야기도 가득하다. 특히 6시 이후부터 이어지는 낙조 전망대 일몰은 세방낙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구상중인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앞바다에 자주 출몰하는 고래과 상괭이 관람, 물을 가둬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독살, 전복 양식장 견학, 유람선 운행 등이다.

마을 주민과 행정적 지원이 힘을 합한다면 어촌 부흥의 성공사례로 아름다운 그림 한편이 완성되지 않을까.

무더위도 차츰 수그러들고 저만치 가을이 오고 있다. 아직 여름 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고즈넉한 신기마을을 추천한다. 때론 휴식이 일보다 더 중요하다. 선조들의 그림을 보라,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건 여백이 있기 때문이다.

/임수영 기자 swi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찾아오시는 길



▶ 승용차

서울시청 → 서해안고속도로 → 목포TG → 목포대교 → 영암삼호 일반산업단지 → 금호방조제 → 진도대교 → 진도군내 농공단지 → 신기마을

▶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 → 목포종합버스터미널 → 목포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 도보이동 → 목포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 해남-목포 승차 → 동외 정류장 하차 → 동외 정류장 진도터미널-녹진, 우수영행 승차 → 녹진 정류장 진도터미널-녹진, 신기행 환승 → 신기정류장 하차 → 신기마을

▶ 열차

서울 용산역 → 목포역 → 목포역 정류장 도보이동 → 목포 정류장 200번 버스 승차 → 버스터미널 정류장 하차 → 목포종합버스터미널 도보 이동 → 목포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 해남-목포 승창 → 동외 정류장 하차 → 동외 정류장 진도터미널-녹진, 우수영행 승차 → 녹진 정류장 진도터미널-녹진, 신기행 환승 → 신기정류장 하차 → 신기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