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바다는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출렁출렁’ 넘실대는 푸른 바다와 ‘끼룩끼룩’ 수평선을 노니는 갈매기 떼, 시원하게 불어오는 ‘짭조름’한 바닷바람은 이맘때 바다가 주는 즐거움이다.

여수시 남면의 섬 ‘화태도’(禾太島)는 크고 작은 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주변의 섬들이 거친 파도를 막아주고 있어 화태도 앞바다는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다. 북쪽으로는 돌산도, 서쪽으로는 자봉도, 서남쪽으로 월호도가 있다. 대횡간도와 소횡간도, 대두라도, 소두라도, 나발도, 월호도 등 사방이 섬으로 가로막혔다.

“어지간한 날씨에는 파도 치는 모습도 힘들어요. 큰 호수 같죠?” 무심코 바다를 보던 중 지나가던 주민이 툭 뱉고 지나간 말이다.

거칠지 않은, 잔잔한 그런 바다는 말 그대로 거대한 호수를 떠올리게 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섬처럼 고요함을 지닌 화태도는 예부터 주변 섬 사람들의 ‘피항처’ 역할을 하고 있단다. 태풍이 불거나 파도가 거칠 때 지금도 주변 섬 마을 사람들과 뱃사람들은 화태도로 건너오고 있다. 화태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 ‘텃새’가 없기로 소문이 자자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화태도라는 지명의 유래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돌산도에 진을 치고 왜적과 대치했다. 당시 왜적이 쳐들어오면 섬이 스스로 울음 소리를 내 왜적의 침공을 알려줬다고 전해지며 ‘횟대(나팔)섬’이라 불렸다. 그 뒤 마을 뒷산 노적산에 군량미를 위장했다고 해 벼 이삭 수(穗)자를 써서 ‘수태도’로 불리다가 벼 화(禾)자를 써 현재 화태도가 됐다고 전해진다.

또 마을 동남방쪽 높이 150m 산정에는 조선시대 때 병마로 사용할 말을 조련하는 기마장으로 사용한 넓은 터가 있기도 하다.

화태도 주변에서는 자연산 돔과 문어, 숭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해 손맛을 보기 위한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오늘날의 화태도 화태마을에는 178가구 326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잔잔한 바다를 터전 삼아 바닷일을 생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화태도는 적절한 수심과 주변 환경이 바다 목장업을 하기 적합해 주민들은 주로 가두리양식을 하고 있다. 우럭과 참돔, 감성돔이 주어종이다.

특히, 화태도 앞 바다에서는 ‘돌문어’가 많이 잡히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 이유인 즉슨, 돌문어가 가장 좋아하는 바지락이 많기 때문이란다.

화태도 바닷가에서 나는 바지락은 보통 바지락이 아니다. 주로 갯벌에서 나오는 바지락과 달리 바위와 돌밭에서 나오는 화태도 바지락은 갈고리가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채취한다고 한다. 덕분에 손은 많이 가지만 씨알이 작으면서 맛이 훨씬 뛰어나다는 게 주민들의 자랑이다.

그 바지락을 먹고 자란 돌문어 역시 타지역에서 잡힌 것보다 훨씬 탱탱하고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고 있다. 마을사람들도 배를 타고 나가 돌문어를 잡지만, 특별한 요령이 없이 초보자들도 쉽게 잡을 수 있어 문어낚시를 위해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이밖에 화태도에는 ‘여수갯가길’ 5코스가 자리하고 있다. 인근 금오도 ‘비렁길’처럼 여수에는 걷기 코스가 조성된 섬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갯가길 5코스인 화태갯가길은 해안을 벗어나지 않고 있어 더 매력적인 걷기 코스로 꼽힌다.

2017년 개장한 화태갯가길은 여수반도와 섬을 포함한 해안선을 연결하는 도보여행 길이다.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에도 힘들이지 않고 ‘완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완만한 해안절벽이 펼쳐져 있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초보자는 물론, 매니아층에게 ‘트레킹 코스’로 선호도가 높다.

화태도는 2015년 12월 개통한 화태대교로 돌산도와 연결돼 접근성이 높아졌다. 돌산도 이외 섬에 만들어진 여수갯가길인 화태갯가길을 거닐 수 있고,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로 배가 드나드는 신기항도 가까워 ‘명품 탐방길’ 방문 코스로 제격이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