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왼쪽 산맥)과 옥녀봉에 둘러싸인 여수시 남면 두모리 직포마을 전경. 마을이름인 ‘직포’는 베틀에서 날실의 틈을 고르게 하는 도구 ‘보대’의 한자말에서 따왔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한여름 뙤약볕 속 파란 하늘을 보고 있다 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시원한 나무그늘과 맑은 파도소리를 한꺼번에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여수 금오도가 제격이다. 비렁길로 유명한 여수 금오도는 트레킹(trekking·자연답사)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숨겨진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

금오도 서쪽 해변에 자리한 직포는 아는 사람들만 방문한다는 작은 어촌이다. 푸른 바다와 해변, 노송(老松)이 어우러져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마을은 나지막한 매봉(해발 382m)과 옥녀봉 자락에 둘러싸여 있어 포근한 첫인상이 든다. 마을주민들이 해안을 따라 영업하고 있는 식당 3곳과 민박 15곳에서는 언제든지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전상봉(60) 어촌계장은 “직포마을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노송, 기암절벽이 있는 남면의 대표적 관광지 마을이다”며 “방풍·고사리 등 나물과 낙지·해삼 등 수산물 등 맛있는 특산품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선녀가 목화와 누에고치를 가져와 베를 짰다던 마을’=직포마을은 조선 말기인 1835년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천안 전씨 인준과 밀양 박씨 운구가 이곳에 몰래 숨어 들어와 정착했다고 한다. 이들이 왜 숨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을 이름인 ‘직포’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마을 동쪽에 자리한 옥녀봉에 살던 선녀 ‘옥녀’가 인근 모하·두포마을에서 목화와 누에고치를 가져와 이곳에서 베를 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베틀에서 날실의 틈을 고르게 해주는 도구인 ‘보대’에서 이름을 따 한동안 보대마을로 불렸고 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직포’(織浦)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금도 마을 원로들은 보대마을로 부르기도 한다.

마을의 대표 상징물은 해안을 따라 심어진 노송 30여 그루다. 직포마을에 처음 발을 들인 전인준과 박운구 등은 강한 서풍에 의해 바닷물이 날아와 농사에 방해가 되자 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m 높이에 수령은 최소 20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과 농업 둘다 종사하고 있다. 육지의 방풍과 고구마, 바다의 감성돔·낙지 등이 직포마을의 특산품이다. 풍을 예방한다는 나물인 방풍은 금오도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직포마을은 더 특별하다. 주민들은 산에서 채취한 야생 방풍을 밭에 심어 바닷바람 속에 키우면서 야생 방풍 특유의 부드럽게 떨떠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한땐 300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었지만 현재는 7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구수는 줄었지만 정(情)은 그대로다. 지난 2010년 금오도 비렁길이 조성되자 주민 상당수가 마을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데 민박 이용객들은 언제든지 방풍 나물을 맛볼 수 있다.

◇비렁길 3코스 시작점…매봉전망대에서 다도해 전경 한눈에=‘벼랑’의 여수사투리에 따온 ‘비렁길’은 금오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자원이다. 함구미에서 출발해 장지마을까지 5개 코스로 나눠져 있으며 총 18㎞, 도보로 8시간 거리다.

이중 절벽길로 이뤄진 3코스는 비렁길 5개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꼽힌다. 시간상 5개 코스를 모두 둘러보지 못한 탐방객들도 3코스 만큼은 꼭 방문하고 있다.

3코스 입구에 자리한 직포마을은 비렁길 탐방에서 중요한 거점이다. 하루 두 차례(낮 12시45분, 오후 4시) 직포선착장에 여객선이 들어오며 직포마을을 출발점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3코스를 출발하면 곧 매봉이다. 매봉은 과거 일제가 한반도의 정기를 끊으려 땅에 박았던 쇠말뚝이 발견될 만큼 지리적으로 주요한 곳이다. 매봉전망대에 오르면 가파른 절벽 너머로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운이 좋은 날에는 웃는 얼굴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떼를 볼 수 있다. 매봉전망대를 지나면 2014년에 만들어진 3코스 명물 ‘출렁다리’(비렁다리)가 나온다. 협곡을 이어주는 길이 43m·폭 2m 다리 중간에는 투명유리를 사용해 아찔한 절벽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낙지·감성돔 천혜 자원…직포해수욕장 등 즐길거리 풍성=절경을 감상했다면 이번에는 맛을 볼 차례다. 직포마을은 양쪽으로 매봉과 옥녀봉이 자리하며 U자형 해안가를 품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낚시배를 타고 낚시 망중한을 즐기는 강태공들도 제법 많다. 조류의 흐름을 받지 않아 감성돔을 비롯한 낙지, 문어를 낚아 올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펼쳐놨던 그물을 걷어 올리면 싱싱한 해삼이 딸려 올 때도 있다.

마을 앞으로 500m 정도 펼쳐진 직포해수욕장은 낚아 올린 수산물을 조리하기에 딱 맞는 장소다. 몽돌과 백사장이 함께 있어 좋아하는 장소에 자리잡으면 그만이다.

낚시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마을 한켠에서 운영되고 있는 식당에 가면 된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직접 채취한 나물과 수산물의 싱싱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