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사회 공동체의 핵심적 가치에 관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최소한의 합의라고 한다. 그중 헌법은 사회법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사회를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교회법도 교회 공동체의 성경적 핵심 가치에 관한 교회 구성원 간의 최소한의 합의라고 할 수 있고, 사회법과 마찬가지로 교회 헌법이 최상위법으로 존재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종종 사회 문제로 이슈화가 되고 있는데, 그중 교회 헌법과 상충되고 있는 소위 ‘교회 세습’에 관해 언급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최대 기독교 교단으로 손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예장 통합’) 교단은 2013년 소위 ‘세습 금지법’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시킨 바 있다.

예장 통합 헌법 제2편 정치 제28조 6항에 의하면 ‘위임 목사 또는 담임 목사 청빙에 있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 비속과 그 직계 비속의 배우자는 위임 목사 또는 담임 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단 자립 대상 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예장 통합 헌법상으로 소위 교회 세습이 금지되어 있음은 명백하다.

안타깝게도 위 교회 헌법상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현실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에 따르면 한국 교회 세습 현황에 관하여 2018년 5월까지 확인된 세습 교회는 총 364개로서 직접 세습 내지 변칙 세습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광주·전남 지역의 교회도 포함되어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형 교회들의 세습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논거들은 참 다양하다. 그중 눈이 가는 대목이 있었는데, 위 세습 금지 조항이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직계 비속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미 ‘은퇴한’ 목사의 직계 비속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참 순진한 해석인 것 같다.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문의적 해석뿐만 아니라 체계적, 목적적 해석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교회법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교회법의 목적·체계 및 기독교의 본질 등을 고려할 때 ‘은퇴한’ 목사의 직계 비속에게는 소위 ‘세습’을 허용하고, ‘은퇴하는’ 목사의 직계 비속에게만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종교가 사회를 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배웠고 이에 찬성한다. 종교는 상식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소위 ‘거룩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상식 그 ‘이상’의 가치를 지향하기에 높임을 받지만 상식 그 ‘이하’의 것을 내세우며 강요할 때는 추악해지는 것이다.

특히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교회 리더들이 제발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나아가 그 이상으로 행동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건강한 교회가 되어 달라고 ‘교회 세습’ 반대를 외치는 분들을 사탄이라고 부르는 게 정상인가 아니면 교회가 교회 헌법을 지켜 사회 공동체에 거룩한 영향을 끼쳐 달라고 요구하는 분들이 정상인가? 당연히 후자가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자성의 힘을 잃어버린 것일까? 요즘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양상이 너무 안타깝다. 교회는 교회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교회가 자성의 힘을 키워 사회 공동체에 거룩한 영향을 발휘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