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88)씨가 광주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번 재판 최대 쟁점인 헬기사격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증언자들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과 마찬가지로 1980년 5월21일 오후를 사격 시점으로 꼽았다.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김영이(69)씨는 11일 광주일보 취재진을 만나 “5·18 때 상무관에서 시신수습을 담당하던 중 21일 오후 1시께 헬기사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선호(사망 당시 45세)씨의 시신을 수습해 고향집으로 운구했다”며 “이 사실을 조 신부님에게 알려드렸더니 ‘헬기사격이 틀림없다’면서 크게 분노하셨다”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광주시 동구 충장로 무등맨션 4층에 거주하던 김선호씨는 5월21일 옛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가 일어나자 10층 옥상에 올라가 금남로쪽 상황을 살피다 갑자기 날아온 총탄에 맞고 숨졌다. 실제 계림1동주민센터가 5·18 직후 광주시에 보고한 ‘광주사태 피해상황 접수대장’에도 김선호씨는 5월21일 오후 4시30분께 무등맨션에서 사망했다고 기재돼 있다. 같은 가톨릭신자로서 평소 김선호씨와 잘 알고 지낸 김씨는 시신을 수습해 담양군 대치면 고향집으로 운구했다.

김씨는 김선호씨가 총을 맞은 위치가 금남로에서 다소 비껴난 무등맨션의 10층이었고, 당시 헬기 2대가 전남도청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보아 헬기사격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신했다.

같은 날 오후 김씨는 도청 인근에서 조비오 신부를 만나 김선호씨의 상황을 알렸다. 조 신부 또한 “헬기사격이 틀림없다”고 동의하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조 신부가 5월21일 오후 1시30분께 헬기사격을 목격한 점을 고려하면 조 신부는 이미 헬기사격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분노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주교 남동성당 청년회 소속이었던 김씨는 상무관 시신수습과 기독교병원 헌혈 분야에서 활동하며 윤공희 대주교, 김성룡 신부, 조비오 신부 등 가톨릭 사제들에게 시위 상황을 수시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계엄군에게 지명수배된 김씨는 5·18 직후 한달여간 군산으로 피신했지만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아 지금도 몸이 불편하다.

지난 39년간 이 이야기를 남들에게 털어놓지 않았다는 김씨는 “전두환씨가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며 광주를 방문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참지 못해 증언을 하게 됐다”며 “전씨가 이번 재판을 통해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1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전씨가 재판정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조광영(79)씨도 광주일보에 헬기사격 목격담을 전했다.

5·18 당시 광주시 북구 풍향동 교육대학교 인근에 거주했던 조씨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데 5·18 때 도청 상공에 헬기 2대가 날고 있었다”며 “오후 3시부터 1시간여 동안 총성과 함께 불꽃 튀기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헬기들이 조선대 뒷산부터 금남로 인근 등 여러 곳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것으로 기억했다.

조씨도 그동안 헬기사격 목격담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씨는 “전씨의 모습을 보니 헬기 사격에 대해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이번 재판에서 전씨의 뻔뻔한 거짓말이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