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유쾌한 러닝’에는 ‘주사위의 비밀’이 있다.

러닝은 투수들이 가장 지루해하고 힘들어하는 훈련이다. 하지만 좋은 공을 던지는 데 하체의 힘이 중요한 만큼 러닝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다.

‘즐거운 훈련’을 지향하는 KIA가 러닝 훈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작지만 효과가 큰 무기는 바로 주사위였다.

지난 23일 오키나와 킨 구장에 투수들의 한탄과 환호성이 번갈아 울렸다.

2인 1조로 한 팀을 구성한 선수들은 두 개의 주사위를 던진 뒤 각기 다른 표정으로 러닝에 나섰다.

훈련 방식은 이랬다. 지정된 공간에 주사위를 던지고, 숫자의 합에 따른 거리를 달려오는 것이다. 주사위가 지정된 공간을 벗어나면 뛰어야 하는 거리가 늘어난다. 두 개의 주사위가 모두 밖에 떨어지면 원래 러닝 코스를 다 돌고 와야 한다.

최소 20m부터 400m까지 선수들은 주사위의 숫자에 따라 로테이션을 돌았다.

홍건희-이준영조가 잇달아 한 바퀴 코스를 돌며 제대로 러닝을 훈련을 한 반면 조 윌랜드-제이콥 터너조는 연달아 환호성을 지르면 짧은 거리를 달려 돌아왔다.

‘주사위 러닝’의 하이라이트는 단체전이었다.

선수들은 ‘이대진조’와 ‘서재응조’로 나눠 코치의 손에 ‘운명’을 맡겼다. 조 선택은 선수들의 자유였다.

단체전에는 세 개의 주사위가 투입됐다. 주사위 세 개의 숫자가 모두 같으면 ‘훈련 종료’, 두 개가 일치하면 ‘한 턴 쉬기’, 각기 다른 세 개의 숫자가 나오면 ‘합만큼 뛰기’가 단체전 방식이었다.

서재응 코치가 먼저 운명의 주사위를 쥐었다. 그리고 잠시 후 경기장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섞인 함성이 터졌다.

정확히 주사위 세 개의 숫자가 일치하면서 첫판에 ‘서재응조’의 훈련이 종료된 것이다. ‘서재응조’를 선택했던 윌랜드와 터너는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하며 사람들을 웃겼다.

굳은 표정으로 상대 팀을 응시하던 ‘이대진조’. 하지만 이들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대진 코치가 첫 도전에 두 개의 숫자를 일치시키면서 바로 다시 주사위를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어 ‘이대진조’의 막내 장지수가 주사위를 들었다. 그리고 장지수가 던진 세 개의 주사위가 거짓말처럼 모두 1을 가리키면서 ‘이대진조’ 선수들이 경기장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운명의 주사위 덕분에 투수들은 기분 좋게 러닝 훈련을 마무리하고 꿀맛 같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