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당의 전당 대회에서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의사 표현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방식의 의사 표현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지지율을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지지율을 떨어뜨리며, 나아가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 그 후보자가 속한 정당에 대한 지지율까지 떨어뜨린다.

여야를 막론하고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유권자나 선거 운동원 또는 후보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유권자나 선거 운동원 또는 후보자는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종종 민주주의의 전제인 다양한 가치의 존중을 도외시하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는 다양한 가치의 존중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치와 같은 독재 정치로 변질될 수 있음을 역사를 통해 배운 바 있다. 유권자나 선거 운동원 또는 후보자가 다양한 가치의 존중을 무시하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정치적인 의사를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민주 시민 교육과 정치 교육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 시민이라면 다른 사람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실현해야 한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민주 시민 교육 또는 정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독일은 나치 정권에 대한 반성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배양을 목표로 하는 민주 시민 교육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요하게 여겨오고 있다.

예컨대 어린이·청소년 전문 TV채널에선 정치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편성하고, 어린이·청소년이 직접 취재하고 앵커를 맡으며 해설도 한다.

가정에선 어린이·청소년들은 정당별 환경 정책에 대해 부모와 토론한다. 학교에선 정치 과목과 더불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의 선거 등 다양한 정치 교육을 한다. 사회에선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정치 교육원이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민주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거의 무료로 진행한다. 이러한 교육이 현재의 독일을 모범적인 민주 국가로 우뚝 서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사료된다.

이에 반해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정치 교육은 TV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 정도가 전부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 임원 선거는 그 취지를 한참 벗어나 인기 투표로, 심지어 대학 진학을 위한 스펙 쌓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과거 소수 진보 정당이 일상 속에서 당원들에게 정치 교육의 장을 마련해 적극 실천한 바 있으나 거대 정당들이 정당법을 개정해 지구당을 폐지함으로써 그러한 활동은 위법한 것이 되었다.

어린이·청소년시기부터 은퇴한 후까지 평생에 걸쳐 민주 시민 교육과 정치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독일의 예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도 이제는 이에 관심을 갖고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일상 속에서 시민들의 토론을 통한 정치 교육을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 과목 등의 정치 교육을 통해 전문적·직업적 정치인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고려하면 정치인이야 말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여야 한다. 준비된 정치인이라면 막말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거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 시민 교육과 정치 교육을 받고 훈련된 시민들이야말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지키고 구가하기 위한 백년지대계의 기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