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 된 오키나와 셀룰러 구장이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구단 KIA 타이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드디어 만났다.

두 팀은 20일 일본 오키나와 셀룰러 구장에서 연습경기를 치렀다.

KIA와 요미우리는 21개의 안타를 주고받으면서 그라운드에서 치열하게 맞섰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훈훈했다. 두 사령탑의 각별한 인연 덕분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요미우리에서 타격 코치와 퓨처스 감독을 지내면서 하라 타츠노리 감독과 인연을 쌓았다.

KIA의 타격 훈련 시간에 한국과 일본 취재진의 시선이 한쪽으로 집중됐다. 김 감독과 하라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재회를 한 것이다.

며칠 전 김 감독은 하라 감독을 찾아 개인적으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날은 그라운드에서 적장으로 다시 만났다.

잠시 담소를 나누던 두 감독. 김 감독이 훈련하고 있던 KIA 선수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가장 먼저 안치홍이 호출됐고 하라 감독은 손을 내밀어 KIA를 대표하는 타자와 악수를 했다.

이어 ‘미래의 중심타자’ 류승현과 최원준이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번에는 하라 감독이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류승현의 타격폼을 살핀 하라 감독은 직접 스윙도 하면서 ‘원포인트 레슨’에 나섰다.

류승현은 “어렸을 때 요미우리 경기 중계를 통해 보던 감독님이 알려주시니까 색달랐다”며 “스윙이 나오는 각도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김기태 감독님이 하시는 말씀과 거의 비슷해서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최원준에게도 요미우리는 반갑고 익숙한 팀이다.

최원준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김감독의 주선으로 요미우리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사카모토 하야토, 아베 신노스케와 함께 식사를 했던 것.

사카모토는 신인 시절 김 감독의 지도를 받아 스타 선수로 발돋움한 ‘각별한 제자’다.

최원준도 김 감독이 기대를 많이 하는 애제자다. 최원준이 더 큰 선수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김 감독은 일본의 대표적인 타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감독이 여러 말을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지 직접 듣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지난해 인연으로 최원준은 경기 전 요미우리 덕아웃을 찾아 사카모토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사카모토도 김 감독과 포옹을 나눴고, 아베는 훈련이 끝난 뒤 원정 감독실을 찾아 잠시 대화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두 팀의 훈훈한 만남은 단체 사진 촬영으로 이어졌다.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한 팀처럼 서서 밝은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오키나와=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