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준이는 잘 있어요?”

12일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연습경기에서 가장 취재진의 주목을 받은 KIA 선수는 투수 고영창(30·사진)이었다.

이날 KIA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을 준비했던 고영창은 선발 임기영이 제구 난조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조기 강판되면서, 준비했던 것보다 일찍 마운드에 올랐다.

1사 만루의 긴박한 상황에 출격한 고영창은 4번 타자 모야를 상대로 병살타를 잡아내면서 길었던 2회를 마무리했다.

이후 3, 4회는 모두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등 고영창은 2.2이닝 2탈삼진 무실점의 좋은 성적표를 작성했다.

팀은 3-8로 졌지만 고영창의 ‘깜짝 호투’라는 수확을 거뒀다.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고영창, 하지만 그의 눈은 한국에 가 있다.

고영창은 이날 한국에서 오키나와로 건너온 취재진에게 “(임)기준이는 잘 있어요?”라고 물었다. 임기준은 고영창의 이종사촌 동생이다. 나란히 투수로 길을 걸어오고 있지만 그동안에는 ‘동생’ 임기준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캠프에서는 고영창이 주목할 선수가 되었지만 임기준은 어깨 통증으로 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기준이가 아니라 제가 잘해야 한다. 기준이는 1군 선수인데”라면서 웃은 고영창은 이날 특별한 시뮬레이션도 했다.

등판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고영창은 “인터뷰를 하는 게 목표였다. 지금 (인터뷰) 시뮬레이션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시즌 때는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동생과 나란히 KIA 마운드를 책임지고 싶은 고영창의 비장의 무기는 ‘투심’이다.

이날 고영창은 직구 대신 투심만 던지며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준비한 것을 실험했다. 고영창은 18개의 투심(137㎞)과 2개의 슬라이더(132㎞)로 2.2이닝을 처리했다.

고영창은 “마무리캠프 때부터 서재응 코치님이 무브먼트가 있는 공을 준비하자고 하셨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오른손 투수라서 스피드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데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아니라서 무브먼트 쪽으로 가자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른 등판이었지만 주자가 있던 상황은 오히려 고영창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그는 “시즌 되면 중간에서 역할을 할 것 같은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안)치홍이가 잘 잡아주기도 했고 결과가 좋았다”며 “투심과 슬라이더, 커브를 준비하고 있다. 세트 모션 연습도 많이 하고, 타자 주자 타이밍 뺏는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준이는 항상 잘하니까 아프지만 말고, 올해 시즌에는 꼭 같이하고 싶다”며 동생과 함께 하는 미래를 그렸다.

스피드 대신 변화를 선택한 고영창이 상승세를 이어 ‘사촌 필승조’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오키나와=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