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준비하는 직장인을 두고 ‘퇴준생’이라는 말이 새롭게 생겼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함께 전국의 직장인 28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퇴준생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 가까이(46.1%)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퇴준생을 자처하면서도 선뜻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회사를 떠나면 무엇을 할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서일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소득은 월평균 152만원으로 경제활동가구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은퇴 가구의 소득 중 64%는 생산 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나 가족 등이 보조하는 이전소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에 밀려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미미하지만 은퇴자의 ‘인생 2모작’을 돕는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광주경력컨설팅센터’(이하 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센터는 퇴직자와 재직자의 은퇴 후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크게 퇴직자·재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나뉜다.

먼저 센터는 교육과 컨설팅으로 이뤄진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퇴직자는 전직교육, 창업교육,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며 재취업·창업 정보 등을 얻는다. 또한 경영지도사, 품질지도사, 직업상담사 등 전문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과정도 진행되고 있다.

퇴직 후 재취업을 원하는 임직원을 구인기업과 직업 연결해 주는 잡매칭도 은퇴자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은퇴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센터는 임직원 스스로 생애를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4가지의 교육 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45세와 50세 때 정년에 대비하기 위한 생애설계과정과 전문자격증 취득과정, 재무컨설팅 과정, 임직원 역량 향상 과정을 들으며 직접 퇴직 후 생애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나간다. 삼성경력컨설팅센터는 광주 뿐만 아니라 서울, 수원, 기흥, 구미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역시 퇴직자를 지원하는 ‘K+ 라이프 교육 프로그램’(이하 K+ 라이프)을 운영하고 있다. ‘K+ 라이프’는 기아차가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한 직원들의 제2의 생애설계를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첫 번째 삶이 기아(K)와 함께 했다면, 두 번째 삶은 플러스(+)가 되도록 디자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들의 퇴직준비를 돕는 K+ 라이프 교육은 연령별로 받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받는 교육은 만 55세를 대상으로 한 ‘K5 과정’(2일)이다. 계획 단계인 K5 과정은 자기진단을 통한 진로 모색, 퇴직 준비 인식, K+ 라이프 계획 수립으로 구성된다.

이어 만 58세가 되면 ‘K2 과정’(3일)이 실시된다. 구체적 준비 단계인 K2 과정은 직업·정서·채무·신체·관계 등을 고려한 구체적 준비, 퇴직 준비 중간 점검, 퇴직 2년 전(D-2) 퇴직 계획 수립으로 이뤄져 있다.

마지막으로 정년퇴직 대상인 만 60세가 되면 ‘K 과정’(2일)이 진행된다. K+ 라이프 출발 단계인 K 과정에서는 퇴직 변화관리, 퇴직 최종점검, 동기부여 등의 지도를 받는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광주은행은 명예퇴직자를 대상으로 1년 정도 근무기간을 연장해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종의 재취업 제도로, 광주은행은 55세 이상 명예퇴직 대상 임직원 중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영업점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근무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함에 따라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은퇴 준비를 못했다면 1년 동안 여유를 두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든 이 제도는 퇴직자 중 절반 이상 이용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연봉은 개인별로 협상에 따라 계약을 하며 사무보조 등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은 업무를 배정받아 은퇴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도록 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