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하고 있는 손혜원 의원. /연합뉴스

“투기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모처럼 호기를 만났으니 목포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20일 오전 방문한 목포시 대의동 일대 근대문화유산거리는 ‘손혜원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삼삼오오 거리를 거니는 외지 방문객들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고 있는 ‘창성장’을 찾아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인증사진을 찍었다.

‘창성장’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여관으로, 현재 손 의원의 조카 손모(22)씨가 사들인 뒤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제법 손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은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 인기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에서 농기계수리점을 운영하는 김모(73)씨는 “언론 보도 후 하루에도 10여명씩 ‘여기가 창성장이 맞냐’고 물어보고 있다”며 “거리에 사람이 많은 것은 좋은데 안 좋은 일로 동네가 시끄러워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곳은 해만 떨어지면 길고양이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버려진 동네였다. 그나마 손 의원이 관심을 가지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목포를 알고, 이곳을 아는 사람은 투기라는 말에 코웃음을 친다. 손 의원은 이곳 주민들에겐 고마운 존재”라고 했다.

인근에서 손 의원의 또다른 조카(여·42)가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겸 카페 앞 도로도 붐볐다. 광주에서 왔다는 최모(32)씨는 “손 의원이 샀다는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 찾아왔다”며 “일제식 건물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카페 유리창에는 손 의원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노란 메모지도 여러 장 붙어있었다. ‘너희가 아무리 투기라고 해도 우리한테는 투자다. 은인이다’, ‘투기라고 치자. 너네는 투기라도 해줘봤냐? 눈길이라도 한 번 줘봤냐’라는 등 손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 많았다.

이른바 ‘손혜원 특수’로 유동인구는 평소보다 5배 가까이 늘었지만, 거리 곳곳에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한 뒤 방치된 상가 건물이 제법 보였다. 손 의원 보좌관의 남편이 구매했다고 알려진 옛 동아약국 건물(5·18 민주항쟁 목포사적지 15호)도 표석을 통해서만 5·18 사적지임을 알 수 있을 뿐 주변에는 쓰레기만 뒹굴고 있었다.

투기광풍도 느끼긴 힘들었다. 손 의원 특수로 부동산 값이 상승하긴 했지만, 도심 내 땅값치곤 여전히 낮은 가격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대표 박모(75)씨는 “이 일대가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3.3㎡당 100만원 수준이었던 땅값이 지금은 그나마 평균 3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목포는 하당·남악 등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원도심이 쇠퇴했는데 손 의원 덕분에 오랜 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 의원을 지지하는 구도심 주민과는 달리 재개발에 직격탄을 맞은 서산·온금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민들은 손 의원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대식 조합장은 “슈퍼나 약국도 없이 수십년간 불편하게 살아온 주민들이 이제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 재개발을 추진했는데, 손 의원과 허물어진 옛 조선내화터가 발목을 잡았다”며 “우리도 손 의원의 근대문화유산거리 개발 논리에는 찬성하지만, 그 사업과 옛 조선내화건물을 연관짓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탈당 의사와 함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사실이면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손 의원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목포 시민들은 “하루 빨리 사실이 규명돼, (투기의혹 논란이)목포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단체인 목포포럼도 이날 성명을 통해 “모처럼 목포 원도심이 활성화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 문제로 역사문화 공간 활성화 사업이 위축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투기에 대한 진위는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 필요하며, 정쟁이나 논쟁을 우선하는 소모적인 행위는 즉시 그쳐달라”고 당부했다.

/목포=김용희·정병호 기자 kimy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