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기행] 세계조개박물관…화려한 조개들의 ‘비밀 이야기’
2024년 04월 30일(화) 09:15
2020년 8월 개관, 군 최초 공립박물관…패류 1만1천여점 전시
자은도 모래 해변 옆 국내 최대 규모 조개·고둥 전문박물관
신석기 ‘화폐’부터 현대 ‘공예품’까지…활용 흔적 ‘한눈에’
전시물 배치·실내 디자인 등 바닷속 느낌으로

세계조개박물관 내부전경

천혜의 ‘해양 생태 보고’ 신안에는 신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시대 변천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세계조개박물관’이 있다. 자은도의 황금빛 모래 해변과 해송 숲이 어우러진 환상의 주변 환경을 갖춘 세계조개박물관은 지난 2020년 8월 건립된 군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며, 건축면적 975㎡(135평)의 전국 최대 규모 조개·고둥 전문박물관이다. 백합 모양의 특색있는 건물이 상징적이며, 전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만 1천여 점의 패류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품 중에는 해남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임양수 관장의 기증품 7,700여점이 포함돼 있다. 임 관장은 자신의 원양어선 선장 생활을 통해 40여 년간 수집했던 조개·고둥을 흔쾌히 기증해 박물관 건립에 큰 힘이 됐다. 신안군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개와 고둥을 소개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갯벌 보존 연구 등을 통해 해양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자 세계조개박물관을 설립했다.

박물관의 전시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임보라 학예사는 “신안의 갯벌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갯벌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의 일환으로 1004 뮤지엄파크 조성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건립하게 됐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다양한 조개와 고둥.
조개·고둥 등 패류는 지구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많은 동물의 초기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며, 그만큼 인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양 동물이라 할 수 있다. 신안군 갯벌에 서식하는 조개와 고둥은 껍데기를 만들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양한 개벌 생물들의 먹이사슬 속에서 바다의 자정능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수질·토양의 오염 정도, 생태계의 보전 상태, 자원의 소모와 재생 정도, 위험물질 사용 한계치 등 환경의 전반적인 경향을 살필 수 있는 환경지표의 대표적 생물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넓은 갯벌이 있는 신안에 건립된 조개박물관의 역할은 그만큼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계조개박물관은 관람객이 마치 바다 속에서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전시물 배치와 색상 등 실내 디자인을 세밀하게 구성했다. 전시구간은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전 세계의 조개와 고둥을 전시하고, 두 번째는 수집가의 방으로 수집 도구 및 장비, 수집 과정과 관련 서적 그리고 포토존 등이 있으며, 세 번째는 조개와 고둥을 활용한 공예품 등 인류와 어떻게 인연이 돼 실생활에 쓰여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곳이다.

조개와 고둥은 연체동물문에 속하는 생물 중 패각(껍데기)을 가진 것을 말한다. 하나의 근육으로 덮인 체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머리·족부·내장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외투막에서 분비되는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왕조개, 뮤렉스 바다달팽이, 나팔고둥, 청자고둥.
임보라 학예사가 전시물 중에서 특색있는 몇 가지의 조개와 고둥을 소개했다.

먼저 학창 시절 국사 시간을 통해 알고 있던 기원전 3000년 당시 화폐로 쓰였던 조개 ‘노랑테두리 개오지’이다. 껍데기 외양이 화려하고 견고해 돈으로 사용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저위도 지방식종으로 수입을 통해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개이다.

조선시대의 음악서적인 ‘악학궤범’에 그려져 있는 ‘나팔고둥’도 전시돼 있다. 자연산 소리를 사용하는 관악기로, 꽁무니의 뾰족한 끝부분을 갈아 취구를 만들어 제작해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고둥이다.

다음은 소라 모양의 ‘뮤렉스 바다달팽이’. 바다달팽이 1만 마리에서 1g의 귀한 보라색 염료를 추출할 수 있는데, 구하기 어려운 염료인 만큼 유럽의 왕실이나 귀족 같은 최상층 신분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한다.

일본과의 교류가 입증되는 물품 중 하나인 ‘고호우라와 청자고동’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열대 해역 패류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야시대 유물로서 같은 시대 일본 오키나와에서 수입해 말 안장장식품인 말띠꾸미개에 사용되었다.

전시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왕조개’. 무게는 200kg이 넘고, 500년을 살기도 하는 장수 생물인 만큼 눈에 띈다.

대왕조개의 맞은편에는 고둥 중에서 가장 큰 ‘털탑고둥’이 있다. 흰색 바탕에 주황색 줄무늬의 ‘앵무고둥’은 신라시대 술잔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최근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조개와 고둥을 활용한 다양한 공예품.
희귀한 조개와 고둥에 대한 설명에 이어 세 번째 섹션 구역. 나전칠기 등 조개를 활용한 다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고량따개비로 만든 ‘골든벨’, 홍합을 이용한 ‘장미’ 등의 여러 가지 아름다운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세계조개박물관 개관 이후 4년도 채 안 된 4월 말 현재까지 관람객은 12만 명을 넘어섰다.

빼어난 주변 경관과 소중하고 희귀한 전시물, 해설사의 유익하고 친절한 안내 등은 다시 오고 싶은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전시물 설명 도중 어르신들의 갑작스러운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다양한 포즈의 사진을 찍어주는 학예사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임보라 학예사는 “규모나 지리적 위치 등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전시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수집을 통해 더욱 흥미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호기심과 설렘 가득한 박물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해설을 마무리 한다.

지구촌의 해양 생태계 보호와 다양한 조개 전시를 위해 멈춤 없는 전진을 펼치고 있는 세계조개박물관의 큰 그림이 반드시 실현되길 기대한다.

/글·사진=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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