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작별을 뒤로하고 김원섭이 ‘김감독’으로 새 출발 한다.

KIA 타이거즈의 전력 분석원으로 활동했던 ‘명품다리’ 김원섭이 5일 광주 서구 광천동에 ‘김원섭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열고 지도자로 변신한다.

김원섭은 “내가 잘하는 선수였다면 (폼, 훈련 방식 등) 많은 시도를 안 했을 것인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많아서 선수 시절에 여러 시도를 해봤다”며 “시도를 많이 해봤던 게 (전력분석원으로 뛰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 타격 코치님도 계시고 하니까 원포인트로로 잠깐 가르치는 정도였다. 이제는 내가 여기 오는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 내가 해왔던 것을 최대한 많은 시간 할애해서 가르쳐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직접 레슨을 하느냐, 계속 자리에 있느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 내 이름 걸고 하는 거니까 항상 나와 있고, 레슨도 다 맡아서 진행할 생각이다”며 “사회인 야구분들은 정말 야구가 좋아서 하는 분들이니까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정말 욕심 많은 분도 계시는 데 그런 분들은 엘리트 선수처럼 알려드리고 싶다. 엘리트 학생인 경우 미래가 달린 거니까 최대한 신경 써서 알려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새로운 출발에 가슴은 떨리지만 마음 한 곳에 진한 아쉬움도 남아있다.

2001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던 그는 2003년 트레이드를 통해 ‘타이거즈맨’이 됐다.

만성 간염과 싸우면서도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달렸던 김원섭은 결정적인 순간 여러차례 주인공이 되며 KIA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7시즌 중반 은퇴를 결정한 그는 팀이 시즌 마지막날까지 1위 싸움을 하는 바람에 은퇴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조용히 팬들과 작별을 하게 됐다. 또 지난 시즌을 끝으로 KIA와 전력 분석원으로 계약이 종료되면서 다시 작별의 순간을 맞았다.

김원섭은 “마지막 날 정말 은퇴 경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가족들 앞에서 나를 응원해주신 팬들 앞에서 한 타석 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팀 상황이 안됐다. 타이트한 상황이 계속 흘러가니까 한 경기를 한다고 욕심을 낼 수 없었다. 팀이 항상 우선이라고 생각을 하고 야구를 했었다”며 “아쉽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KIA에서 코치를 하고 감독을 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새 출발을 이야기했다.

‘성실했던, 빛나지는 않았지만 자기 역할을 해줬던 선수’로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김원섭이지만 그라운드에서 화려하게 빛나던 순간도 많았다.

2009년 8월 9일 군산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김원섭은 2-3으로 뒤진 9회말 2사에서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조명을 받았다. 이 해 KIA(승률 0.609)는 시즌 막판 19연승을 달린 SK(승률 0.602)를 간신히 따돌리고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었다. 김원섭의 극적이었던 홈런은 KIA를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이끈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그는 또 4-5로 뒤지던 2009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동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1000경기 출장날이었던 2015년 7월 28일 SK와의 홈경기에서는 끝내기 스리런을 날리며 극적인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원섭은 “공교롭게도 세 경기 모두 같은 투수였다. (정우람에게) 자신감이 있었다. 무조건 칠 것 같았다. 타이밍이 맞는 투수가 있는 데 폼이 예쁘고 깔끔한 투수와 잘 맞았다”며 “좋았던 순간이 기억 남지만 돌아보면 힘들었던 순간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신인이었던 2001년 시범경기에서 내내 경기를 잘하다가 마지막날 중간 교체해서 들어갔는데 많은 관중 앞에서 긴장해서 온갖 실수를 했었다. 이 경기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지게 됐다. 경기장 구석에서 울던 생각이 난다”고 돌아봤다.

그라운드에서 사람들을 울고 울렸던 김원섭. KIA에서의 희로애락을 뒤로하고 새로운 무대에 선 김원섭의 또 다른 야구가 시작된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